『여태까지 해놓은 일보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30년보다 앞으로의 3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창립 30주년을 맞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부설 시스템공학연구소(SERI)의 오길록 소장은 지나온 과거보다 다가올 미래에 대한 걱정을 앞세웠다.
SERI는 그동안 국내 슈퍼컴 도입 및 운영, 각종 첨단 소프트웨어 연구개발, 관련 인력양성에 앞장서 오면서 소프트웨어 산업을 이끌어 왔다는 평가를 받는 국책 연구기관.
그는 이번 30주년이 자신이 연구소장으로 취임한 지 1년되는 기간이라면서 『지난 1년동안 몸무게가 6,7㎏이나 줄 만큼 바쁘게 보냈다』고 말문을 열었다.
『제 꿈은 SERI를 세계적인 소프트웨어를 창조하는 연구소, 세계적인 기업가를 배출하는 연구소, 세계적인 기술자를 양성하는 연구소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산, 학, 연 모두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번 SERI 창립 30주년 기념행사를 성대하게 개최하는 것도 한국정보산업 30년에 대한 냉철한 반성을 통해 자신감과 각오를 심어주자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오 소장은 국내 정보산업의 과거는 「모방의 역사」였다고 토로했다.
특히 SW 관련산업은 대부분 외국의 기술 개발툴을 가져다가 보완하는 형태의 가내 수공업 수준이었다는 자기 반성이 앞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제는 단순한 모방에서 벗어나 창조의 단계로 들어가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담당자들이 사기가 많이 떨어져 있다는 점과 2000년대에 대비한 새로운 변화의 틀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 걸림돌입니다.』
그는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본격적인 활성화는 현재 대학에 있는 전공학생들과 초등학교 때부터 컴퓨터를 다루기 시작한 지금의 중, 고등학생들이 배출되는 2000년대부터라고 예상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산업 10년 앞의 미래는 벤처기업과 지금의 중, 고등학생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이들에게 30년의 역사를 빠른 시간 내에 알려주는 것이 선배들의 도리입니다.』
오 소장은 이들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선배세대들은 이들이 관련분야에서 전력을 다해 일할 수 있도록 정책, 산업, 연구분위기 쇄신 등 가능한 한 모든 보완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김상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