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181)

허리케인의 내습으로 카운트다운 정지.

허리케인이 강타한 플로리다 중부지방 해일과 홍수피해 심각.

1호 위성 발사팀과 참관단 올랜도 시외에서 대책 수립.

케이프커내버럴 발사장, 폭우와 강풍 계속 불고 해안지대로 파도가 거세게 덮치고 있다고 함. 델타 발사체와 발사제어소는 침수되지 않았고, 위성은 발사체 상단 훼어링 속에 안전하게 보호되어 이상 없는 것으로 보고.

비바람이 멎으면 발사대에 올라가 발사체와 위성상태를 재점검하도록 지시. 오후엔 비바람이 약해져 올랜도 공항 비행기 이착륙 재개되어 발사팀과 참관단 발사장 도착, 피해상황 파악.

당시 1호 위성의 발사가 연기되자 참관단 일부는 떠날 조짐을 보였다. 언제 발사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참관단들은 언제까지 기다릴 수만은 없는 것이었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렸다. 새로운 발사일정은 다음날 아침 7시에 있을 발사장 회의에서 정하게 되어 있었다.

1호 위성의 발사가 허리케인의 내습으로 카운트다운이 정지된 후 가장 큰 관심사는 새로운 발사 일정이었다. 허리케인이 지나가고 비가 멎어도 고공의 풍속이 발사조건에 충족되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위성체와 발사체가 이상이 없어야 했고, 다른 위성의 발사일정 때문에 발사를 무한정 연기시킬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통상적으로 위성발사가 연기되면 이틀 정도의 시간만 더 할애받을 수 있었다.

은옥은 변경된 파라미터를 마우스로 클릭했다.

1호 위성은 다시 임의의 지점에서 아랫방향으로 5도 회전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확신이 없다. 그것이 은옥을 더욱 초조하고 불안하게 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위성인 1호 위성.

산과 도서가 많은 우리나라의 지형에 우주에서 통신과 방송을 중계하여 지형적 장애를 없애고, 한반도 전체가 문화를 동시에 공유할 수 있도록 한 1호 위성의 발사. 1호 위성의 발사는 통신의 입체뿐만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꿈을 3만6천km 상공으로 띄워 올린 것이었다.

은옥은 하늘을 볼 때마다 1호 위성을 떠올렸다. 이제 하늘은 예전의 하늘이 아니라 우리의 위성이 떠 있는 하늘이었다. 비록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1호 위성이 한반도에 안테나를 맞추고, 한반도를 따라 돈다는 사실이 즐거웠던 것이다. 하지만 위성은 자세가 변화되어 그 기능을 상실한 지금, 그 하늘은 안타까운 하늘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