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델 컴퓨터와 게이트웨이2000,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 3사의 텃밭이었던 미국 PC직판시장에 최근 컴팩을 비롯,패커드벨NEC,휴렛패커드(HP) 등 내로라 하는 대형업체들이 잇따라 가세, 경쟁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컴팩이 지난 4월초 업무용 제품에 대해 그동안 중간딜러를 통한 공급방식에서 주문에 따른 직판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함과 동시에 이 시장에 본격 진출했고, 지난주에는 패커드벨NEC가 역시 업무용 PC에 직판방식을 채택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HP도 판매체계 개편을 통해 직판확대를 적극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NEC는 대리점 공급체제가 지배적인 일본에서도 주문생산에 따른 직판방식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PC 직판시장은 업체들에게 새로운 사업가능성을 제시해 주는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격전장이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컴팩은 기업고객이 각자의 컴퓨팅 환경에 따라 원하는 제품도 조금씩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주문방식으로 원하는 규격을 생산하는 한편 중간 유통단계를 줄임으로써 가격도 10%정도 낮춰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상당 기간 동안 직판시장 진출을 준비해 온 컴팩은 물론 무산되긴 했지만 이를 위해 직판시장의 2,3위업체인 게이트웨이2000과 마이크론社 인수를 적극 추진하기도 했다.
패커드벨는 올 3.4분기중 「NEC나우(Now)」라는 사업명으로 중소기업이나 정부기관,학교 등 직판수요의 본격적인 공략에 나설 방침이고 HP도 웹을 통한 주문판매 강화를 겨냥해 판매체계의 전반적인 재검토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직판방식이 대형 PC업체들의 주요 마케팅전략으로 잇따라 채택되고 있는 것은 최근 1,2년새 이 방식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업체들에게 성장의 보증수표임을 입증시켜 주고 있기 때문.
대표적 직판업체인 델의 경우 지난해 순익이 5억2천만달러로 전년비 2배 증가한 데 이어 4월에 마감된 자사 회계년도 1.4분기에서도 전년동기비 2배이상 늘어나는 호조를 보이며 전체 PC시장에서 상위 대열에 우뚝섰다. 게이트웨이와 마이크론도 매출,순익에 있어 해마다 큰폭의 증가세를 기록하면서 다른 업체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여기에 보다 저렴한 비용에 시스템을 도입,운용하려는 기업고객들의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공급업체 입장에서는 제품비용을 낮출 수 있는 효율적인 판매전략의 채택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따라 업체들에게는 제조 및 판매비용을 낮춤으로써 가격경쟁력을 키우고 고객의 주문에 따라 맞춤생산이 가능하며 재고량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직판방식이 수익을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 선택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직판방식에 있어 또하나 두드러진 변화는 과거 전화나 우편에 의한 주문이 주류를 차지하던 데서 최근에는 웹을 통한 전자상거래가 업체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 판매의 선구자격인 델의 경우 이를 통한 매출이 하루 1백만달러에 이르는 것도 다른 업체들에게는 상당히 고무적인 현상이었을 것이다.
이에 힘입어 컴팩이 최근 인터넷 판매사이트를 개설했고 HP도 웹을 통한 직판을 적극 모색하고 있으며 이같은 추세는 전자상거래의 확대에 편승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델,게이트웨이,마이크론 등 선발업체와 컴팩,패커드벨,HP 등 후발업체간의 경쟁구도로 짜여지고 있는 PC직판시장은 앞으로 더 많은 업체들의 참여를 유도하면서 새로운 밑그림을 그리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