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6월 특강내용

<> 이상희 신한국당 국회의원, "정보화시대의 지도자" 강연 요지

최고의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21세기 정보사회에서는 자국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지구촌의 여러나라가 조화와 질서를 유지하면서 급속한 변화를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정보사회의 경쟁구도는 하드웨어 전쟁에서 소프트웨어 전쟁으로, 물질경쟁에서 문화경쟁으로 바뀌고 있다. 나아가 운용소프트웨어와 응용소프트웨어를 이용한 다양한 멀티미디어 시스템을 사회기능으로 발전시켜 가는 치열한 경쟁선상에 있다.

따라서 「국방」과 「교육」을 따로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고 「교통」과 「환경」을 별개로 다룰 수 없는 것이 바로 오늘날 정보사회의 특성이다.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지도자의 역할이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때맞춰 비가 내리고 햇볕만 잘 들면 먹고 사는데 큰 지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보사회는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는 시대다. 때문에 지도자의 역할과 영향이 농경사회나 산업사회에 비해 월등히 크다.

최근 우리 경제의 원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벤처기업 사장의 80%는 해당 분야 전문가다. 그만큼 지도자의 비중이 높아진 것이다.

국가경영도 마찬가지다. 어떤 지도자가 어떤 비전을 가지고 국가를 이끄느냐가 정보시대에는 더욱 중요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정보사회라는 역사의 큰 흐름에 걸맞는 지도자의 표상은 어떤 것일까?

우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다양성과 독창성을 절묘한 화음으로 조화시키는 「카라얀」과 같은 명지휘자의 능력이 있어야 한다. 정보사회는 각 분야의 다양한 개성과 창의를 종합, 조정하는 능력이 절실한 사회다. 때문에 정보사회의 지도자는 이같은 다양성을 포용하면서도 미래를 향해 매진할 수 있는 목표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과학-정보-문화 마인드의 전문판단력을 지닌 「기술정치력」이다.

농업사회에서는 토지에서, 산업사회에서는 노동인력과 자본에서 국가경쟁력이 나왔다. 정보사회에서는 정보의 활용 및 부가가치가 두뇌에서 창출되므로 정보를 읽고 활용하며, 부가가치를 창조해낼 수 있는 두뇌의 힘이 결국 지도자의 요건이 될 수밖에 없다.

부가가치의 75% 이상이 소프트웨어와 고도의 정보기술에서 창출되는 정보사회에서는 지도자의 전문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

또한 지도자는 미래를 정확히 예측해내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세계의 구도가 멀티미디어화하고, 변화 속도가 엄청나게 빠른 세계화의 무한경쟁 속에서 총체적인 비전과 핵심적 대안을 적절하게 마련할 수 있는 예견력과 통찰력을 갖춰야 한다. 예견력과 통찰력의 핵심은 과학기술의 변화추세를 읽는 일이다.

정보사회로 접어들면서 과학기술은 고리화, 복합화, 국제화 현상을 띠면서 발전하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가 21세기 정보, 지식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방향을 세우면서 『과학기술은 모든 국민의 현대판 생명권』이라고 선언한 점은 이 시대의 지도자라면 반드시 되새겨 보아야 할 내용이다.

기술정치력은 세계 경제의 無국경화를 인식하고 국제적인 정치와 경제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자질이다. 국방, 의료, 교통, 에너지 등 전분야에 걸쳐 국가정보화를 추진하고, 지속가능한 풍요로운 삶을 위한 환경 정책을 마련하는 한편, 정보화와 환경의 기본인 과학기술력에 정치초점을 맞추는 식견과 결단력을 의미한다.

그러나 단순히 편리함만 추구하고 생활의 질만 높이는 것이 정보화는 아니다. 이동통신의 질 향상이나 통신인프라의 확대를 통한 서비스의 향유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핵심기술의 질을 높이는 것도 그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우리가 우리의 기술을 가지고 있지 못하면 결국 경제종속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의 인사들과 접촉해 보면 지난 4∼5년 사이 큰 발전을 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일본 역시 기술력 향상을 중요한 과제로 삼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얼마 안가 우리의 기술은 설 자리가 없게 될지도 모른다.

흔히 사람을 가리켜 생각하는 동물이라고 한다. 그러면 무엇을 생각해야 변화하는 국제 사회에서 「강자」가 될 수 있는가. 그 답은 바로 과학기술이다. 과학기술의 발전만이 생산성의 증대를 가져왔다는 역사적 사실을 앞으로 지도자는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정보화 사회의 시대정신은 무엇보다 자율과 창의라고 할 수 있다. 이 정신을 뒷받침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교육이다. 때문에 지도자는 나라의 먼 장래를 예견하면서 교육정책을 실천해나갈 사람이어야 한다.

우리나라에 빌 게이츠나 스필버그처럼 뛰어난 인재가 1백명만 있다면 경제가 달라질 것이다.

영재교육마저 기존 교육의 틀에 맞추려는 지금의 교육 현실에서 탈피해 세분화 다원화 시대에 맞도록 개인의 자질과 특성을 인정하고 이를 길러 주어야 한다.

최연소 수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영국의 블레어 총리가 국정의 최우선 순위를 교육에 맞추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으로의 지도자는 시대가 요구하는 작은 정부로의 변화를 탄력적,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지도력이 있어야 한다.

비효율적인 거대 정부에 과감한 민영화와 이윤추구 원리를 도입하는 등 국가경영에 규제를 타파하고 효율성 제고를 위한 강한 추진력을 갖추어야 한다.

민주주의 사회는 두 가지 강점과 약점을 동시에 지닌다. 민주주의는 가시적인 현실문제에 강한 흡인력을 내포하면서 대중적 인기를 유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강점이 있는 반면, 당장의 현실문제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미래지향적인 정책엔 약하다.

따라서 지도자임을 자처하기에 앞서, 미래를 위한 적극적인 의지와 과감한 실천이 필요하다. 이같은 지도력이야말로 정보사회를 열어가는 열쇠이기도 하다.

역사에 기록되는 탁월한 지도자들의 공통점은 그 시대 상황에 대한 정확한 안목과 이를 통해 국가가 나아갈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고 실천했다는 데서 찾아볼 수 있다.

남북전쟁 직전의 미국은 남북지역의 이해가 둘로 첨예하게 갈렸다.

당시 링컨 대통령은 전쟁을 치르더라도 나라를 통일시키고 노예를 해방하는 게 역사의 장기적 발전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미래의 정보사회에서는 링컨 이상의 미래예측력과 결단력이 요구된다.

아울러 지도자는 그 시대에 걸맞는 공동선의 철학을 바탕으로 그 구성원들에게 평화로운 삶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존 F 케네디는 누구나 희구하는 평화의 정의를 다음과 같이 피력했다.

『평화란 견해가 다를 때는 점진적인 노력으로 합의를 이룩해 가고, 낡은 사회적 장애물은 무리없이 서서히 제거해 가고, 새로운 제도는 놀라지 않게 조용히 만들어가는 노력을 매일, 매주, 매달 쉬지 않고 꾸준히 해나가는 과정, 바로 그것이다.』

바로 멀티미디어 사회의 평화라는 화음을 도출하는 카라얀의 능력인 것이다.

유태인 부모들은 현실적인 배고픔을 달래 주기보다는 자녀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가정의 지도자로서 도리라고 생각한다. 정보사회의 지도자 역시 당장의 현실문제보다는 다가올 미래사회를 예견하면서, 국민의 머리라는 논밭에서 고부가가치의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수확할 수 있어야 한다.

이같은 지도자가 바로 위대한 문화적 화음을 도출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사회의 카라얀인 것이다.

<정리=장윤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