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고?』
『그래요, 정상 위치를 잡지 못하면 위성은 통신과 방송의 중계는 물론 위성 자체의 관제도 불가능해져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잃어버린 위성이 될 수 있어요.』
『강 박사, 2호 위성은 어떤 상태에 있소?』
『2호 위성도 마찬가지로 방향이 틀어져 있어요. 안테나가 지구를 감지하지 못하고 있어요.』
『1호 위성이나 2호 위성 중에 하나가 살아난다면 나머지 다른 위성은 자세를 잡을 수 있지 않아요?』
『네. 1호 위성이든 2호 위성이든 하나만 살면 그 위성에서 나머지 위성의 관제가 가능해요. 긴급 회선의 절체도 가능해요. 그래서 지금 1호 위성의 자세를 잡고 있는 것이에요.』
『강 박사, 위성의 궤도와 높이는 어떠한 상태에 있소?』
『정상 상태예요. 조금 전에 본부에서 데이터 분석결과를 알려 왔어요.』
『그래요?』
『특이한 사항은 동경 136도에 위성체 하나가 머물렀다는 데이터가 분석 결과 나왔어요.』
『동경 136도?』
『예. 국제 등록시 문제가 됐던 공간이에요.』
『거기는 이글 존이라고 해서 일본이 많은 애착을 가지고 있던 곳 아니요?』
『그래요. 이글 존이에요. 일본의 한 회사가 그 이글 존으로 위성 하나를 쏘아 올렸대요.』
은옥이 위성사업을 추진하면서 어려웠던 일 가운데 하나는 위성궤도의 국제 등록이었다. 일본, 중국, 홍콩, 러시아 등 많은 국가들과의 조정을 위한 수년간에 걸친 줄다리기는 전망이 불투명한 싸움이었다.
광범위한 지역을 관할할 수 있는 위성통신은 국가적 의미를 뛰어넘을 수 있다. 그 때문에 일본, 중국 등 우리보다 앞선 위성기술을 가지고 있는 나라와 위성의 등록을 위한 협상은 만만치 않았다.
최초 궤도 116도를 선정하여 공표한 과정이나 추가로 113도를 선정한 과정, 그리고 위성방송의 디지털화에 따른 변경 작업을 비롯하여 일본이나 중국과의 조정회의도 순조롭지만은 않았지만 발사가 임박한 시점까지 진행된 일본과의 숨막히는 협상은 최종적으로 일본에 이글 존의 확보를 양해해 주는 조건으로 협상을 마무리 지었던 것이다.
이글 존.
은옥은 남편 김지호 실장과의 통화 중에 잠깐이지만 이글 존이 머리를 스쳤다. 그곳에 자리잡고 있는 일본의 위성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