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법원이 이른바 통신품위법(CDA)에 대해 내린 위헌 판결은 미국 정보기술(IT)업계 안팎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불러 올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년 4개월여동안 CDA는 미국 사회 전반에 걸친 「핫 이슈」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연방통신법 개정과 함께 등장한 CDA를 놓고 미국 사회 여론은 그동안 찬성과 반대 입장으로 명확하게 갈렸다.미국 정부가 온라인에서 범람하는 외설, 폭력 자료로부터 자녀를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한편이 됐고, 미국 자유협회(ALA), 시민자유연합(ACLU)등을 중심으로 인쇄 매체에서 보장받고 있는 표현의 자유가 인터넷시대에서도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는 주장이 한편으로 맞섰다.
이들 시민 단체는 빌 클린턴 대통령의 서명으로 CDA가 발효되자마자 곧바로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발빠르게 대처했다.
여기에다 「온라인을 통해 외설, 폭력 자료를 게재하거나 전송한 사람들에 대해 최고 2년의 징역과 25만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는 조항이 인터넷의 위축을 가져올 것으로 우려한 컴퓨터, 통신 및 온라인 업체들이 합류했다.
시민단체와 업계 연합은 소송과 동시에 각 홈페이지에 「블루리본 달기」 운동을 전개하는 등 온라인 상에서의 검열에 반대하는 여론을 불러 일으키는데 성공했다. 이들이 사실상 CDA 위헌 판결을 이끌어낸 셈이다.
정부가 크게 반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법원 판결로 온라인 상에서 미성년자의 보호를 주장하는 측과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측 사이에 팽팽하게 진행돼온 논쟁은 사실상 후자의 승리로 종지부를 찍게 됐다.
여기에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IT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판결이 전세계 4천만명을 연결하는 인터넷의 성장에 커다란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허의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