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법원은 지난 26일 온라인상의 외설, 폭력물로부터 미성년자를 보호하기 위해 미국 행정부가 제정한 통신품위법(CDA)에 대해 『범위가 넓고 모호해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높으며 미성년자의 보호 못지않게 성인의 권리도 보장받아야 한다』며 위헌 판결을 내렸다.
작년 초 미국 행정부가 온라인상의 음란물에 관한 규정을 어길 경우 최고 2년의 징역과 25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CDA를 입법할 때부터 컴퓨터, 통신 및 서비스 업체와 통신인들은 이 법이 인터넷의 성장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고 인쇄매체에서 보장받고 있는 표현의 자유를 온라인에서 규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즉각적으로 법적인 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인터넷상에서 CDA에 항의하는 「블루리본 달기 운동」을 전개하는 등 사이버스페이스 검열에 반대하는 여론을 확산시켜 이같은 결과를 얻어냈다.
이번 판결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 정보기술(IT)업계 안팎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미침은 물론 미국정부의 CDA제정과 발맞춰 음란 통신물에 대한 경계를 강화해 왔던 한국 등 각국 정부 및 관계기관들과 반대입장을 취해 온 이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는 이번 미국 대법원의 판결을 보면서 두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하나는 비록 인터넷이 전세계를 하나로 묶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용 주체인 사람들은 현실적으로 엄연히 각기 다른 국가와 문화, 도덕, 인습 속에서 살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잦은 총기 사고에도 불구하고 총기 휴대로 인한 범죄 등 사고의 위험보다는 개인의 자유쪽을 선택한 나라로 性이나 도덕에 관한 견해도 우리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미국의 판례로 불건전 정보에 대한 우리의 사회적인 경계심이 느슨해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또 하나는 국경에 제한받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넘어들어오는 내용들을 현실적으로 선별, 제어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특히 청소년들이 불건전 정보에 노출되는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정부나 정보통신 서비스업체, 사회단체들이 인터넷상의 정보를 검열, 선별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데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실효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인터넷 정보검색을 제한하더라도 이미 대량의 정보를 쉽게 저장, 유통시킬 수 있는 CD롬 제작기와 수록 가능한 CD롬(CDR)이 대중화돼 인터넷상의 불건전 정보들이 CD롬을 통해 불건전 비디오테이프처럼 만연될 수 있는 형편이다.
때문에 불건전 정보에 대한 사회적인 감시와 함께 이용자 스스로 자정능력을 갖도록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청소년들을 교육, 계도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하며 아울러 인터넷을 발전적인 일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프로그램들을 개발, 보급함으로써 호기심을 건전하게 발산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최근 한 단체가 건전한 정보문화 확립에 역행하는 행위들을 감시, 고발하고 바람직한 정보활동 사례를 추천하는 등의 역할을 담당할 청소년정보감시단 발족을 추진하는 것이나 일부 기관이 정보통신윤리 가이드북을 발간하고 정보통신 윤리교육을 실시하는 등 교육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인터넷이 이미 국경을 넘어 파고든 인쇄매체나 방송매체 등에 비해 청소년에 대한 위해요소가 특별히 크다고 보지는 않는다. 컴퓨터통신이 주로 고립된 공간에서 이뤄지는데다 익명성이라는 점, 그리고 부모들이나 기존 세대들이 자라나는 세대들보다 컴퓨터를 잘 모른다는 점이 기성세대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이같은 인터넷에 대한 인식의 허실을 충분히 감안한 가운데 인터넷의 영향과 이에 대한 현실적인 대책이 각계가 참여한 가운데 진지하게 논의돼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