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행망PC 구매제도의 불합리성

정보산업관련 단체가 행정전산망용 PC 구매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정보산업연합회는 「컴퓨터산업 발전기반 확보를 위한 행정전산망용 PC 정부구매제도 개선안」을 마련, 재경원 등 관계당국에 건의했다는 보도다. 올해 상반기 행정전산망용 PC입찰에서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덤핑으로 얼룩졌기 때문이다.

정보산업연합회의 이번 건의는 PC 덤핑입찰이 연례행사처럼 반복되고 있어 최저가낙찰제가 그대로 지속될 경우 국내 PC업계가 공멸한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듯하다. 이는 현행 행망용 PC구매제도가 관련기업간 건전한 경쟁유도를 통한 정부조달의 효율성 달성 이라는 조달정책의 취지에서 벗어나 업체간 과당경쟁을 통한 저가구매를 부채질하고 저가투찰까지 불러일으켜 PC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정보산업연합회의 지적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PC업계가 그만큼 절박한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정보산업연합회는 PC업체들의 저가투찰을 유도하는 최저가낙찰제를 예정가격의 90% 이상으로 입찰한 업체중 최저가격으로 입찰한 업체를 낙찰자로 결정하는 「제한적 최저가 낙찰제」나 입찰가격 외에 품질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해 가장 경제성이 있는 가격에 입찰한 자를 낙찰자로 정하는 「종합낙찰제」로 변경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PC업체들의 여러가지 원가요소가 배제되고 있는 현재의 구매예정가격 산정도 로열티 등 여러가지 원가요소를 반영해 정상적인 시장에서 거래조건에 따라 형성되는 실거래가격을 기준으로 합리적인 선에서 조정되기를 바라고 있다.

조달청과 업계사이에는 쉽게 좁혀지지 않는 간극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업계는 종합낙찰제대상품목 및 평가기준에 관한 재정경제원고시에 따르면 범용패키지 소프트웨어, 정보통신기기 및 기타 신기술개발제품 등으로서 발주기관의 장이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품목에 대해서는 종합낙찰제를 적용할 수 있다는 규정을 들어 조달청이 의지만 있다면 행망 PC입찰제도를 최저가낙찰에서 종합낙찰제로 얼마든지 변경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조달청장이 우선 종합낙찰제 도입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이의 도입으로 안게되는 품질 평가서 등의 만만치 않은 업무부담을 스스로 감수하려는 자세전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달청은 입장이 다르다. 조달의 기본원칙은 최저가입찰제로 PC에 한해 예외규정을 둘 수 없는데다 가격 외에 성능 등 반드시 고려해야 할 만한 요소가 있어야 종합낙찰제의 대상품목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업계의 변경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최저가낙찰제 시행으로 덤핑입찰로 공급권을 획득한 중소 PC업체들이 자금난으로 부도 위기에 몰리거나 특히 지난해 하반기의 경우에는 공급권을 획득한 대기업들이 제품공급을 중단하거나 아예 계약 자체를 파기하는 등 부작용이 입찰할 때마다 나타난 게 사실이다. 이번 입찰에서도 어김없이 덤핑입찰이 그대로 재연됐다. 행망용PC 입찰환경은 바뀌고 있는데 정부의 구매제도는 여전히 최저가방식을 고수하고 있어 상당한 마찰적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PC가 정보화 도구로 보급확산돼 사후서비스(AS)를 비롯한 안정적인 공급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게 현실이다. 파격적인 낙찰가격으로 제품의 AS와 안정공급이 차질을 빚는다면 국가적인 낭비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정부는 이제라도 행망PC 입찰의 부작용을 불식시키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적격업체를 먼저 선정하고 이를 대상으로 최저가가 아닌 평균가 낙찰 형태의 입찰제를 실시하는 것도 대안 중 하나로 검토해볼 만하다.

따라서 이번 입찰결과를 토대로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입찰방식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