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부문에 진출하려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社 빌 게이츠 회장의 야심이 표면화되고 있다. 정보의 독점을 우려한 업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디어 시장으로 향하는 그의 행보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
게이츠 회장은 최근 미국의 케이블TV업체인 콤캐스트에 10억달러를 투자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케이블 시스템을 이용한 데이터의 전송이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는 업계 관계자들은 거의 없다.
對콤캐스트 투자에 대해 일반 소비자들은 컴퓨터업계를 선도해온 MS가 PC와 TV를 통합한 새로운 미디어를 개발하리라는 기대를 갖고 있는 반면 업계에서는 이를 MS의 케이블TV시장 공략 전조로 파악하고 있다.
게이츠 회장의 미디어부문 진출 움직임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이미 NBC방송과 제휴, 뉴스전문 채널 CNN을 겨냥한 MSNBC사업을 시작했고 지난 4월에는 4억2천5백만달러를 들여 웹TV를 인수한다고 밝힌 바 있다. 회장이 직접 총대를 잡고 이 모든 인수와 제휴를 계획된 일정대로 진행시키고 있다.
미국 미디어업계 관계자들은 MS를 월트 디즈니, 타임 워너, 바이어컴, 뉴스, 소니, 텔레커뮤니케이션스社, 시그램, 웨스팅 하우스, 제너럴 일렉트릭과 함께 향후 세계 미디어업계를 좌우할 10대 업체로 꼽았다. 이 가운데 MS를 상위에 놓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특히 게이츠 회장은 루퍼트 머독, 테드 터너, 마이클 아이스너와 맞먹는 미디어업계 거물로 성장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컴퓨터업계를 주도하고 있다고는 해도 이제 겨우 불혹의 나이를 넘긴 그가 미국내 4대 공중파 네트워크인 폭스TV, 위성방송 서비스업체 B스카이B, 뉴욕 포스트 등을 소유한 호주의 미디어재벌 머독, CNN의 소유주로 타임 워너와의 합병을 성사시킨 터너, ABC를 기반으로 거대 엔터테인먼트업체 디즈니를 이끌어 가는 아이즈너 등 쟁쟁한 인사들과 동격에 놓이는 후한 점수를 받은 것이다.
게이츠 회장에게는 미디어부문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기반이 있다. 우선 그는 개인 재산만 3백억달러에 달하는 부자다. 게다가 저궤도 위성사업 「텔리데식」의 예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90억달러라는 막대한 비용으로 사업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는 업계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미 연방통신위원회로부터 사업승인을 얻어 오는 2002년에 사업을 시작하기로 하는 등 탁월한 추진력도 갖고 있다.
이 점 때문에 미디어업계 관계자들이 그를 21세기 시장을 이끌어갈 인물로 손색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게이츠 회장의 미디어부문 진출은 정보의 생성에서부터 전송에 이르기까지 정보 흐름의 모든 채널을 장악하게 될 것을 우려한 경쟁업체들의 견제를 받고 있다. 운영체계를 통해 컴퓨터부문을 압도하고 있고 MSN을 타고 온라인시장으로 넘어온 그가 미디어부문마저 손을 댄다면 정보화 사회의 처음과 끝을 장악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올 것이 오고 있다는 분위기다.
비록 당사자인 MS와 CBS의 부인으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지만 최근 「뉴욕 포스트」의 「MS, CBS인수 추진」이라는 제하의 기사는 MS의 미디어 시장 진출에 대한 주변의 민감한 눈초리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제 MS의 일거수 일투족은 내용보다는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면서 사실 부풀려진 풍문으로 언론계까지 혼란에 빠트리고 있는 것이다.
MS의 미디어부문 진출은 물론 시간 문제다. 하지만 업계의 우려 분위기를 잘 알고 있는 게이츠 회장의 진출 방식은 앞으로 예상과는 다소 다른 방식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업체를 대상으로 한 인수, 합병 등 충격적인 방법 보다는 「제휴」라는 보다 우회적인 전술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허의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