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 美 대법원 CDA 위헌판결 영향

미 대법원의 이른 바 통신품위법(CDA) 위헌판결을 놓고 미국 등 각국의 업체들이 대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CDA는 미 의회가 미성년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인터넷 등 온라인 상에서 외설, 폭력 자료의 게재 및 전송을 금지시킨 법. 그동안 논란이 계속되던 이 법에 대해 이달 초 미 대법원이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결함으로써 각국은 앞으로 이 결정이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는 것이다.

CDA 위헌 판결은 첨단 정보화시대를 앞두고 각국의 컴퓨터, 인터넷 등 정보통신업계를 포함해 사회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을 축으로 방송, 통신부문을 포함해 엔터테인먼트, 출판, 미디어 등 인터넷관련 분야가 점차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미 대법원의 판결은 우선 「표현의 자유」와 「미성년자 보호」라는 상충되는 가치 가운데 표현의 자유가 더 우월하다는 것을 선언했다는 의미가 있다.

지난 해 초 미 의회는 CDA를 제정한다고 발표하고 이를 어긴 사람에 대해서는 최고 징역 2년과 25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미 의회는 『CDA만이 범람하는 온라인 상의 외설 자료로부터 청소년들을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 법은 클린턴 대통령의 서명을 받는 날부터 미국 시민자유연합(ACLU) 등 시민단체와 컴퓨터업체들에 비난을 받기 시작했다. 시민단체들은 필라델피아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등 CDA가 『미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악법』이라며 즉각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오랜 재판을 거치면서 시민단체들은 지난해 6월 필라델피아 연방법원으로부터 CDA 위헌이라는 결정을 얻어냈고 다시 1년여만에 미 대법원의 위헌 판결을 받았다(표 참조).

그러나 인터넷을 이용한 자료 전송 내용에 대해 각국이 미국과 동일한 잣대를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미국에서 조차 이번 위헌 판결을 받아내기 위해 컴퓨터업계가 눈물겨운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다른 국가에서는 「미성년자 보호」쪽의 손을 들어줄 공산이 크다. .

따라서 이번 미국의 판결이 인터넷 상에서 음란, 폭력 자료가 아무런 여과없이 전송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다. 인터넷에서의 미성년자 보호를 주장하며 유해 자료의 전송을 금지하려는 움직임은 각국에서 오히려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로 미국에서는 인터넷 상의 정보내용을 문제삼는 여론은 당분간 수면하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미성년자 보호라는 명분은 없어질 수 없는 것인 만큼 대안도 상당수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미 의회의 경우 대법원의 위헌 판결이 음란, 외설 자료의 범위 등 구체성 부족에 있다고 보고 이를 보완한 새로운 CDA를 추진하고 있다. 또 미 정부도 기업을 비롯한 민간부문이 온라인에서의 자료 검열에 보다 신경을 써줄 것을 요청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어린이들의 외설 자료 접속을 통제할수 있는 이른 바 폭력물 차단 칩(V-칩)의 개발을 제안, 관심을 끌고 있다. V-칩은 영화나 TV프로그램에서와 마찬가지로 인터넷 사이트 별로 등급을 마련하는 방안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4천만명이 연결돼 하루 이용자만도 9백40만명이 넘는 인터넷에 등급을 매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독일 정부는 음란, 폭력 자료의 전송과 관련해 서비스제공업체를 처벌할 수 있다는 법안을 세계 최초로 명문화했다. 음란 자료의 전송 채널을 발본색원하겠다는 취지다.

이밖에 유럽, 아시아 각국의 경우 아직 구체적인 결정을 내리고 있지는 않지만 미성년자 보호의 중요성을 우선하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편 성인물에 대한 전송이나 미성년자들에 대한 보호는 기술 즉, 소프트웨어에 의존한 방법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미성년자들의 외설자료로부터의 보호하면서 성인들의 볼 권리를 제한하지 않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외설 자료 차단기능을 갖는 사이버 패트롤, 냇 내니, 서프워치 같은 소프트웨어들이 주목을 끌고 있다. 사이버 패트롤의 제작업체인 마이크로시스템스 소프트웨어는 최근 학부모와 교사들의 도움을 받아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사이트 목록을 뽑아냈다. 이 회사는 이들 유해사이트를 기본적으로 차단하고 학부모가 임의로 일부 사이트의 차단을 추가할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내놨다. 이 소프트웨어는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사이트 약 2만개를 차단할 수 있다.

냇 내니는 「섹스」나 「포르노」, 「플레이보이」 등 단어에 대해 차단을 시도하고 있다. 이밖에도 서프워치, 사이버시터 등 검열 소프트웨어들이 나와 있다.

이같은 각종 소프트웨어적인 해결 노력에도 불구하고 개발업체들이 밝히고 있는 만큼 외설 자료에 대한 완벽한 차단은 이뤄지지않고 있다. 유해 자료 차단 소프트웨어의 사이트 목록은 매주 갱신되는데 반해 외설 사이트는 심지어 주소를 바꾸는 방법을 통해 하루에도 수백만건씩 인터넷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미 대법원의 CDA 위헌 판결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동정론도 일고 있다. 인터넷의 도덕성 부여와 자유에 대한 각국의 판단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