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무너지는 통신영역 (2);유선계 서비스의 위기

하나로통신의 등장으로 1백년 이상 지속된 시내전화 시장의 독점이 깨어지던 날,한국통신의 한 고위관계자는 시내전화 경쟁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반문했다.

『지금까지 시내전화가 독점이었다구요? 무슨 소립니까. 휴대폰으로는 시내전화가 안 걸립니까?』

휴대폰으로도 시내전화를 걸 수 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렇지만 휴대폰(이동전화)과 시내전화를 경쟁상품으로 분류해 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는 다소 엄살이 섞인 푸념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단순한 엄살이 아니라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엄연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통신기술의 발전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통신시장을 고정통신과 이동통신이라는 양분법으로 나누는 것은 갈수록 의미를 잃고 있다. 국내 일반전화 가입자수는 현재 2천만명을 넘어섰지만 이동전화 가입자 수도 이미 4백30만여명에 달하고 있으며 1천3백50만명의 무선호출 가입자와 30여만명의 시티폰 가입자까지 합하면 이동통신시장은 고정통신시장과 맞먹는 규모로 이미 급신장했다.

여기에다 내달부터 선보일 개인휴대통신(PCS)이 이동통신의 성장세에 더욱 불을 붙일 것이 분면하다.

유선계 통신서비스는 가히 위기국면에 진입했다고 해도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시장 분석가들에 따르면 2000년경 PCS가입자가 5∼6백만명, 셀룰러 이동전화 가입자가 8백80만명에 달할 것으로 각각 예측하고 있다.

한 PCS사업자의 홍보 팜플렛에는 집안에서 PCS를 사용하는 그림을 통해 이동통신이 대중화된 2000년경에는 가정마다 한 대씩 거의 필수적이다시피 설치돼 있는 일반전화가 사라질 지도 모른다고 암시하고 있다.

이동전화에 가입하면서 일반전화를 해지하는 현상도 조만간 자연스러워질 것이다.

지금도 인터넷만 아니라면 집에 전화가 있을 필요가 없다는 사람도 있다. 각각 한 대씩 휴대폰을 소유하고 있는 맞벌이 부부들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 이동전화가 일반 유선전화의 대체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일반전화를 가정의 생활필수품처럼 여기는 것은 고정관념일 뿐이라고 이동통신 예찬론자들은 말한다.

이동전화의 통화완료율이 자주 도마에 오르지만 일반전화의 통화완료율 역시 70% 내외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이 최근 이동전화 보증보험제를 실시함으로써 일반전화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이동전화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이용요금만 보더라도 현재 1백1km이상 시외전화의 경우 시티폰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저렴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시티폰 사업자들이 요금과 관련해 내세우는 것 가운데 하나가 삐삐를 칠 때 필요한 비용이 일반전화는 41.6원이지만 시티폰은 8원에 불과(10초내에 호출완료할 경우)하다는 것이다. 삐삐 가입자가 1천3백50만명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같은 요근 차이는 무시할 수 없는 셈이다.

더욱이 미트미 서비스를 이용하면 시내전화요금으로 장거리 시외전화를 할 수도 있다.

美 MIT미디어연구소장인 N.네그로폰테 교수는 「디지털이다」라는 책에서 「통신은 무선으로, 방송은 유선으로」라는 화두를 제시한 바 있다. 「네그로폰테 스위치」로 이름붙은 이 명제는 현재 유선 위주인 통신서비스는 무선 우위로, 무선 위주인 방송서비스는 유선 중심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미래예측이다.

유선계 통신사업자들이 이동통신의 거센 도전을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일반 유선전화(PSTN)의 미래가 달려 있는 셈이다.

<최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