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조조정 바람부는 비디오업계

비디오업계에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게 일고있는것으로 알려지고있다. 삼성영상사업단, 대우영상사업단, SKC 등 그동안 비디오 대여시장을 지배해 온 비디오관련 대기업들이 불황에 따른 적자가 계속되자 최근 브랜드 및 유통조직을 통합, 관리 및 영업인력을 줄이는 등 조직슬림화를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다.

지난 95년을 기점으로 국내 비디오시장규모가 3천억원선에서 발이 묶여있으며 그 뒤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던 비디오시장이 올 상반기를 기점으로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것이다. 올 상반기 매출액이 지난해에 비해 15∼20% 떨어졌다는 비디오업계의 통계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비디오관련 대기업들의 사업구조 조정은 불가피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

비디오업계는 그동안 오늘의 어려움을 자초할 내부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다. 지난 80년대 말∼90년대 초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 비디오시장에서 치열한 매출경쟁을 펼치던 대기업들은 경쟁적으로 대형 직판영업망을 구축했다. 그러나 비디오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들고 심각한 불황에 직면하자 직판영업망은 오히려 문제가 되었다.

대기업들은 출시 타이틀 수를 줄이려 해도 일선 영업직의 반발 때문에 여의치 않았고 매출압력은 비디오숍의 대여료 덤핑경쟁으로 이어졌다. 여기에다 케이블TV, PC통신 및 레저인구가 늘어난 생활패턴의 변화가 비디오인구의 감소로 연결됐다.

특히 최근 몇년 동안 계속된 대기업들의 출혈경쟁으로 판권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아 할리우드 메이저사와의 비디오 독점 공급계약에 따른 로열티는 원가의 65% 내외로 이미 마지노선을 넘어섰다. 반면 국내에 진출한 외국직배사의 영업대행 수수료는 15% 이하에 머물러 거의 이익을 기대하기 힘든 수준으로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번 대기업의 대대덕인 슬림화 작업이 과연 이같은 난제들을 해결하며 비디오업계의 정상화에 기여할 것이냐는 점이다. 심각한 불황 속에서 단순히 브랜드 통합이나 영업망 전환 등으로 비디오업계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앞으로 비디오업계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번 구조조정을 계기로 기형화된 비디오시장 구조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현재 비디오업계가 맞고 있는 어려움은 지금까지 업계구조가 만들어낸 결과물이기에 비디오산업을 구성하는 각 주체들이 보다 적극적인 대응책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디오 제작사들은 현 상황을 냉정하게 직시하고 근본적인 원인을 진지하게 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 과다한 판권경쟁을 지양하고, 영업사원들의 잘못된 관행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보다 넓은 시각의 마케팅이 전략이 요구된다.

물론 비디오대여점도 변해야 한다. 제작사와 소비자간에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대여점 경영주들의 의식구조는 개선되어야 한다. 안일한 부업성 운영방침에서 벗어나 대여점끼리의 불신에서 발생된 대여료 덤핑경쟁을 지양하고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이익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대여점을 찾는 고객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문화공간을 제공하고 문화창달의 일원으로 환골탈퇴해야 한다.

비디오업계는 현재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앞으로도 국내 비디오산업이 제자리를 찾는 과정에서 더 많은 어려움이 뒤따를 것이 확실하다.

제작사 특히 대기업들은 국내 비디오업계의 침몰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비디오산업의 주체로 새로운 역할 정립에 힘써야 할 것이다.그렇지 않다면 이번 비디오관련 대기업들의 구조정은 「거품제거」라는 당초 목표에서 벗어나 공허한 메아리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