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서비스 전 분야의 경쟁 도입을 목표로 한 정부의 통신사업 구조조정은 당초 예상보다 훨씬 큰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무엇보다 「통신사업의 마지막 독점」이던 시내전화서비스 부문의 경쟁 도입은 비록 형태에 있어서는 복점에 불과하지만 모든 통신의 출발점인 가입전화가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는 체제로 바뀐다는 점에서 엄청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가입전화, 즉 시내전화는 모든 통신서비스의 시작이자 끝이기 때문이다. 모든 통신서비스 90% 이상이 시내 가입전화에서 시작되거나 끝난다.
예를 들어 이동전화 서비스의 경우, 이동전화간의 통화량은 5%에 불과하다. 대신 이동전화에서 가입전화 또는 가입전화에서 이동전화로 거는 통화의 비중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무선호출 서비스의 경우 가입전화 의존율이 1백%이다. 무선호출 가입자를 호출하는 전화는 대부분이 시내전화이다.
이처럼 모든 통신서비스의 시작과 끝인 시내전화 부문의 경쟁 도입은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경쟁으로 파생되는 요금과 품질의 변화가 시내전화에 종속적인 다른 서비스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시내전화망을 기본으로 하는 팩스나 데이터 통신서비스의 경우 이미 다양한 부가서비스의 등장으로 수년전부터 시내전화 시장을 서서히 침범하고 있다.
특히 국제팩스 서비스의 경우, 신고만으로 서비스가 가능한 부가통신서비스 영역인 이른바 「축적전송 방식」서비스가 나타나면서 기업체의 팩스 수요를 상당부분 잠식하고 있고, 최근들어서는 시내전화 요금 수준으로 외국에 팩스를 보낼 수 있는 인터넷 팩스가 서서히 기지개를 펴고 있는 상황이다.
통신서비스의 전통적인 분류법인 기본통신과 부가통신의 영역이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요금측면에서 시내 가입전화와 경쟁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통신서비스 분야의 경쟁 구도는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무선호출 가입자를 호출하는 경우나 1백1㎞ 이상의 장거리 시외전화를 걸 경우 일반 유선전화보다 훨씬 저렴한 요금이 적용되는 시티폰 서비스는 유선과 무선통신의 경계선에 위치한 영역 파괴형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이같은 영역 파괴 움직임은 소비자들의 통신서비스 이용행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전화 이용자들은 발신과 수신을 별개의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전화란 걸면 걸고 걸려오면 받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은 변하고 있다. 수신시 이용하는 서비스와 발신하는 서비스를 적절히 조절할 경우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소비자들의 성향 변화는 서비스간 영역 파괴를 더욱 부채질하는 순환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통신을 기본통신과 부가통신 또는 유선통신과 무선통신으로 가르는 기존의 이분법은 의미를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무선통신의 절반은 유선통신시스템이 맡고 있고, 유선통신 분야에 무선통신기술의 접목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선통신서비스는 무조건 유선전화서비스보다 비싸다는 고정관념도 붕괴되고 있다. 오히려 유선통신은 고품질과 완벽함이라는 장점을 발전시켜 가면서 고가, 고급형 서비스로 활로를 찾아갈 가능성도 점쳐진다.
결국 소비자 개개인의 요구에 맞게 복수의 서비스를 혼합하고 연계시키는 「묶음형」 또는 「맞춤형」 통신서비스가 새로운 통신서비스 유형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승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