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초고속망 조기구축-기대와 우려

초고속 정보통신 기반구축 사업이 사업개시 1년 만에 대폭 수정된다는 보도다. 최근 정보통신부 산하연구기관인 통신개발연구원은 현재의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 계획을 「현실여건과 기술적 검토」를 거쳐 새로운 「정보인프라 구축방안」을 마련했다. 이 방안은 정부의 하반기 정보통신정책의 큰 줄기가 되며 차기 정부의 정보통신정책 참고서가 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수정방안의 골자는 투자규모를 45조2천억원에서 31조7천억원 수준으로 30% 정도 줄이는 대신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시기를 당초 계획보다 5년 앞당긴 2010년까지 완료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입자망까지 완전한 광케이블망을 구축한다는 당초 목표를 현재의 전화망과 무선가입자망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부분적으로 광케이블망을 구축, 현재의 시설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수정방안은 또 부가가치세 면제범위를 멀티미디어 서비스분야로 확대해 정보제공업체의 등장을 유도하는 등 이용 확산을 위한 방안도 제시됐다. 급속히 확산되는 전자상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전자상거래 기본법과 결제의 전자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전자 자금이체법을 제정키로 하는 등 법, 제도 정비를 서두르기로 한 것도 주목된다.

그간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계획에 대해 구축완료 시기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늦게 잡혀있고 투자액도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있어온 점을 감안할 때 이번 발표내용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이번에 정보고속도로 구축일정을 단축한 것도 정부의 발표처럼 우리나라가 정보화를 늦출 경우 정보통신을 중심으로 한 인류문명의 변혁에 동참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것으로 올바른 판단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미국 등 선진국들이 대부분 정보인프라를 2000년대 초반까지 마무리지을 계획인 것을 고려하면 2010년으로 잡은 것은 역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선진국들이 기술발전 추세를 예측해 미래를 내다본 정책을 수행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우리는 다른 나라가 하는 것을 보고 뒤따라가는 형태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것이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또 하나는 액수를 줄였다고 하나 투자재원 마련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이번 궤도를 수정하게 된 원인 중 하나가 총 투자재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모두 민간재원으로 충당하게 되어 있는 공중망 구축사업이 정부 의도대로 원활히 추진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번에 줄여 발표한 28조7천억원에 대하여서도 현재의 여건으로 보아 민간의 적극적인 투자는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올해말까지 전국 80개지역을 초고속망으로 연결한다는 1단계 사업이 민간의 투자를 유도할 제도가 미흡하고 정보화를 촉진할 수 있는 여건이 미비해 시범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마지막으로 케이블TV 전송망이나 위성망은 수년내에 주력 통신망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이번 수정안에서는 크게 취급하지 않았다. 특히 케이블TV망을 가입자망으로 활용할 경우 4조원으로 초고속망을 구축할 수 있다는 통산부의 주장에 대해 오히려 설비 추가에 따른 비용과다를 이유로 들어 현실성이 없다고 일축해 앞으로 부처간 잡음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이번 수정안이 제대로 추진되려면 민간의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규제완화와 과감하면서도 구체적인 지원책이 있어야 한다. 또 초고속망 구축은 국가적인 사업인만큼 정부부처간 지엽적인 줄다리기보다 선진국에 뒤처지지 않을 방안을 서로 머리 맞대어 연구하는 공조체제가 절실하다. 케이블TV망 이용 문제도 투자의 효율성과 앞으로의 기술발전 추세 등을 면밀히 검토해 하루빨리 결론을 내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투자규모의 축소와 완료시기 단축이 부실의 원인이 되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와 점검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