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가 16일 발표한 초고속망사업자 승인제도는 한마디로 정부가 추진해 온 가입자망 고도화 정책의 일환이다.
이로써 국내 통신서비스 산업의 구조는 허가대상인 기간통신사업자, 승인대상인 초고속망사업자, 등록대상인 별정통신사업자, 신고대상인 부가통신사업자 등 4단계 구조를 갖게 됐다.
사업허가구역내에서 시내전화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초고속망사업자의 등장은 무엇보다도 한국통신, 하나로통신과 함께 통신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입자망이 3원화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어 경쟁을 통한 가입자망 고도화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통부는 그러나 초고속망사업자가 제2시내전화사업자의 영업을 위탁수행하는 형태가 가장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하나로통신의 주주인 기업이 초고속망사업을 신청할 경우 결격사유가 없는 한 우선 승인할 방침이어서 실제로는 가입자망이 3원화되는 지역을 별로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통부는 그러나 하나로통신의 주주를 초고속망사업자로 우선 승인하는 것은 정부소관이지만 실제로 하나로통신이 초고속망사업자에게 그 지역의 위탁경영을 맡기는 문제는 전적으로 하나로통신이 결정할 일이라고 밝혔다.
정통부가 발표한 초고속망사업자 승인제도의 초점은 뭐니뭐니해도 기업들의 참여촉진책에 모아진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할 계획이었던 이 제도가 기업들의 무관심으로 인해 1년넘게 시행이 지연돼 온 것을 감안하면 기업들의 참여를 촉진하기 위한 「당근」이 얼마나 더 포함됐는지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이다.
그러나 새로 포함된 당근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단지 양방향 2Mbps이상으로 정했던 초고속망의 기술적 요건이 상향 64kbps이상, 하향 2Mbps이상으로 대폭 완화됨으로써 초고속망사업자의 투자부담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정도 전송속도면 최근 상용화가 활발한 비대칭가입자회선(ADSL) 장비로도 충분하고도 남는 용량이다. 실제로 정통부도 ADSL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사업구역 확대와 동일사업자의 다수지역 참여 등은 부분적으로 수용하는 정도에서 그칠 것으로 보인다.
정통부 형태근 정보통신정책과장은 『사업자들이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지역확대를 요청할 경우 심사위원회에서 확대범위를 정해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회에 건의하면 이를 사안별로 심의해 승인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제하고 『인천국제공항과 같이 배후지원단지를 두고 있거나 항만과 공단이 인접해 있는 경우, 신규조성지역 등 특수성이 있는 경우가 고려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통부는 또한 동일 사업자의 복수지역 사업허용 문제는 경제력 집중, 기존 통신사업자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 3~10개 구역 이내까지만 허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복수지역 사업을 광범위하게 허용할 경우 실질적으로 전국적인 기간통신사업을 허용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무분별한 경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민간참여 촉진을 위해서는 복수지역 사업구역 확대가 어느 정도는 필요한 측면도 있어 이 달 말쯤 승인계획을 확정할 때까지 좀더 검토키로 했다고 정통부는 밝혔다.
<최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