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시애틀, 제2의 실리콘밸리로 급부상

「실리콘 포레스트」 「텔레컴 밸리」 「북부의 실리콘밸리」.

최근 들어 새로운 하이테크 자본의 집중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시애틀을 두고 일컫는 말이다.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역시 최대 항공업체인 보잉사의 본부가 자리잡고 있는 태평양 연안의 항구도시. 이 곳에 제2의 빌 게이츠를 꿈꾸며 성공이란 희망봉을 찾아 돈과 사람들이 대거 모여들고 있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실리콘밸리가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 하이테크산업의 명실상부한 메카로 자리매김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그리고 이 곳이 현재 제2의 황금기를 맞고 있는 미국 경제의 원동력을 제공했다는 점을 명심할 때 시애틀이 제2의 실리콘밸리로 각광받고 있다는 것은 다음 세기에도 하이테크 종주국으로서 더욱 확고한 미국의 위상을 짐작케 하는 것이다.

따라서 시애틀은 미국의 그 어느 도시보다 활기찬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 지역의 대학, 연구소, 대기업들은 새로운 사업계획을 수립하느라 분주하다. 비단 프로그래머들뿐만 아니라 은행업자, 법률가, 중개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종사자들이 모여 들어 또 다른 모험을 시도하고 있지만 특히 컴퓨터 소프트웨어, 통신, 생명공학 등 하이테크단지의 형성은 시애틀이란 도시의 이미지를 새로 규정하고 있다.

시애틀에 일고 있는 벤처산업 붐은 두 개의 벤처자본 투자회사가 조사한 바에서도 잘 알 수 있다.

프라이스 워터하우스에 의하면 지난해 시애틀에 유치된 벤처자본은 59건에 총 3억2천2백여만 달러에 이르렀다. 이는 아직 실리콘밸리의 7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전년도에 비하면 87%의 증가율을 기록한 것이다.

또 다른 벤처투자업체인 쿠퍼스&라이브랜드의 조사에서도 지난해 시애틀의 벤처 투자액은 전년비 65%가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투자는 앞으로 더욱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이다.

시애틀 하이테크산업의 특징 중 하나는 이 지역의 터줏대감인 MS나 US웨스트 등으로부터 출가한 업체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전자상거래와 인터넷 소프트웨어 전문업체인 테크웨이브도 전 MS 간부였던 데인 워커가 설립한 회사이다.

시애틀은 여러가지 면에서 실리콘밸리의 성공과 유사한 요인을 갖고 있다. 탄탄한 연구기반, MS와 같이 선도적인 정보기술(IT)업체들의 포진, 미국내에서도 높은 생활수준 및 양질의 인적 자원 등은 하이테크산업의 만개를 위한 자양분이 되기에 충분하다.

일례로 캘리포니아주의 스탠퍼드대학이 실리콘밸리를 있게 한 기술의 모태였다면 시애틀에서 활동하는 많은 벤처기업가들 중에는 컴퓨터공학과로 유명한 명문 워싱턴대학 출신이 많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또 이 지역이 「텔레컴 밸리」라는 별명을 얻게 된 이유는 웨스턴와이어리스나 아메리칸와이어리스, 어드밴스트라디오텔레컴 등 통신업체들이 몰려 있기 때문.

특히 이들은 최근 각광받고 있는 무선기술 전문업체들이어서 시애틀을 미국의 「무선 수도(Wireless Capital)」로 만들고 있다.

시애틀의 하이테크 붐을 타고 많은 연구소들도 개발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앞다퉈 별도의 벤처기업을 설립하기 시작했다.

레드먼드에 위치한 테마미디어사라는 곳도 태평양 북서부 국립연구소(PNNL)가 그동안 개발한 데이터분석 툴을 상용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최근 설립한 벤처기업이다.

그러나 시애틀이 하이테크산업에서 실리콘밸리와 같은 무게를 가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려야 한다는 전망이다. 80년대 초반부터 조성되기 시작한 실리콘밸리가 벌써 15년이 넘는 연륜을 가지고 있다는 점과 비교하면 시애틀은 이제 태동기에 불과하다.

따라서 아이디어와 기술을 돈이 되는 사업으로 끌어낼 수 있는 경륜있는 경영자들을 많이 영입해야 할 것이란 지적이다.

아무튼 이제 시애틀은 더이상 맥 라이언과 톰 행크스의 애틋한 사랑이 엮어지는 「잠 못 이루는 밤」의 무대가 아니라 백만장자의 신화가 만들어지는 무대로 변해가고 있다.

<구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