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204)

커피.

한 잔의 커피가 그래도 여유를 찾아주고 있었다.

은옥은 점점 더 식어가는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시고, 전시된 내용을 계속 읽어 내려갔다.

끼이이 잉-.

안테나 돌아가는 소리가 이어지고 있었다.

-통신망 긴급복구 서비스. 지하의 통신 케이블이나 지상의 무선통신은 거리상의 문제점이나 산, 건물 등의 장애요소로 공간적 제한을 받습니다. 또한 자연재해와 인위적 사고 등 시설고장의 요인이 상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통신위성을 활용하면 먼 거리와 지형적인 장애요소에 상관없이 품질 좋은 통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기존 통신시설에 장애가 발생하여도 빠른 속도로 대처할 수 있으며, 재해나 화재 등 긴급상황 발생시에도 긴급 통신회선 확보가 가능합니다.

긴급사태가 발생한 곳에 통신용 위성 안테나를 설치하면 통신위성 영역의 어느 곳에서든 통화가 가능하며, 기존 통신시설의 사고발생시 즉각적인 우회회선도 항상 준비되어 있습니다.

은옥은 안타까움을 느껴야 했다.

오늘과 같이 맨홀 속에서 화재가 발생, 통신대란으로 이어져 전국의 통신망에 장애가 발생할 경우 위성통신망을 활용하여 즉각 절체회선이 구성되어야 한다.

그것이 통신위성의 존재이유이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긴급통신은 둘째치고 위성 자체가 우주의 고철덩어리가 될지도 모르는 현재의 상황에서 은옥은 심한 안타까움을 느끼는 것이다.

안테나 돌아가는 소리가 그쳤다. 은옥은 서둘러 남은 커피를 들이키고 관제소 안으로 들어섰다. 이 과장이 은옥을 기다리고 있었다.

『박사님, 안테나 방향 변경시켰습니다. 주파수도 변경시키고, 안테나의 출력도 높였습니다.』

『그래요? 커맨드는 작성되었나요?』

『예, 커맨드와 파라미터 입력시켰습니다. 검토하시지요.』

은옥은 모니터를 통해 이 과장이 입력시킨 커맨드와 파라미터를 자세히 확인했다. 각 추력기의 상태와 연료의 양을 파악하는 명령어로, 꽤 여러 개였다.

『이 과장, 맞아요. 클릭하세요.』

『알겠습니다.』

이제 주 안테나에서 보내지는 명령은 평상시보다 1백배나 강한 전파를 타고 2호 위성의 비지향성 안테나로 보내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스텝 바이 링크, 다만 김지호 실장의 감각만이 은옥에게 어떤 확신을 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