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206)

뿌, 뿌-, 뿌.

호주 원주민의 악기 「디쥬리두」의 퉁명스런 소리가 이어지고 있었다.

사내는 수컷 사마귀의 커다란 날개가 클로즈업되어 나타나고 있는 천정의 화면을 계속 응시했다. 잘 차려입은 신사의 양복자락과 같은 사마귀의 날개는 허풍의 상징이다. 위장의 명수인 수컷 사마귀는 바람에 여리게 흩날리는 꽃잎모양을 내기도 하여 자기보다 작은 종족을 먹어 치우고, 가끔씩 탐욕과 허풍으로 자기보다 덩치가 큰 파충류나 새를 공격하는 객기를 부리기도 한다.

하지만 사마귀의 날개는 적을 위협할 때에만 펼쳐지는 것은 아니다. 암컷에게 다가갈 때에도 자신의 정욕을 과시하기라도 하듯 그 날개를 한껏 펼친다.

화면 가득 수컷 사마귀의 날개가 클로즈업되고, 그 수컷 사마귀가 암컷에게 슬슬 다가서기 시작했다. 자기 체구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화려한 날개를 펼치고 다가서 암컷의 등에 올라타기 시작했다.

수컷보다 덩치가 크고 살이 찐 암컷, 우유빛의 풍만한 여체를 자랑했던 중세의 여인들을 연상시키는 암컷 사마귀 위로 올라탄 수컷 사마귀가 암컷의 하체 부분에 자신의 하체를 밀착시켰다. 깊숙한 삽입. 그리고는 날카로운 톱니의 앞다리로 자신보다 더 큰 암컷을 끌어안았다.

한 시간.

화면 한쪽으로 경과시간을 나타내는 자막이 나타났다. 언제 끝날 줄 모르는 사마귀의 정사장면을 그대로 보여주기에는 무리가 따를 것이다.

암컷의 몸속에 자신의 성기를 깊숙이 삽입한 수컷 사마귀의 모습은 엄마 등에 업힌 아이의 모습이었다.

날개를 펼치며 허풍을 떨고 암컷에게 접근했지만, 크고 통통한 암컷 등에 매달린 수컷의 모습은 엄마의 등에 업힌 아이처럼 보여졌다.

두 시간.

디쥬리두 소리가 짧고 투박스럽게 울리고, 화면에 두 시간째라는 자막이 나타났을 때 사내는 남은 맥주를 마시고 캔을 찌그러뜨려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사내가 맥주 캔을 찌그러뜨릴 때마다 혜경은 말하곤 했었다.

『그냥 버리면 안돼?』

사내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말했었다.

『느낌이 좋아.』

좋은 느낌. 사내는 창가에 놓여 있는 테라코타의 적나라한 젖가슴을 매만질 때마다 혜경이 해대는 질문에도 똑같이 대답하곤 했었다.

『느낌이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