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KTX-2" 연구개발사업에 바란다

비용분담 문제로 공전을 거듭하던 1조6천억원 규모의 한국형 고등훈련기(KTX-2) 연구개발사업을 정부가 재개하기로한 것은 우리나라 항공산업을 위해 크게 다행스러운 일이다.

중국과의 항공기개발협의가 무산된 후 그간 정체상태였던 중형항공기 개발이 다시 재개됨으로서 일감부족이 우려되던 항공업계의 불안감이 해소되었으며 본격적인 완제기 개발과 생산시대로 가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할수있다.

우리의 항공업계가 직면한 어려움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세계 10대 항공기 생산국으로 진입하기 위해 야심차게 추진한 중형항공기 개발사업이 중국과의 협상결렬로 지난해 6월부터 표류했고 고등훈련기사업도 비용문제로 2년간 중단됐다. 또 경전투 헬기나 다목적 헬기사업도 지지부진, F-16 전투기 개조사업인 한국형전투기사업(KFP)이 종료되는 99년 이후 후속물량이 전무하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렇게 가다가는 일감부족으로 애써 구축해 온 항공산업의 기반이 와해될 것이 아닌가 우려의 소리가 높았다.

추락하는 항공산업의 재이륙의 신호가 될 KTX-2사업은 공군의 고등훈련 및 경공격 임무를 수행하는 초음속 제트항공기를 연구개발하는 사업으로 총 1조6천억원(약 20억달러)이 투입되는 거대 프로젝트다. 주사업부서인 국방부가 50%, 재정경제원이 20%, 삼성항공 17%, 美 록히드 마틴이 13%씩 각각 비용을 분담하는 이 사업은 군의 전투기 소요충족 및 항공기의 국내생산, 정비수리 및 후속 군수지원 능력을 갖추기 위해 추진한 KFP(F-16 면허생산)사업에 이은 후속사업으로 독자적인 항공기 설계기술 확보가 주목적이다.

그러나 마하 1.4의 속도에 공대공, 공지대 유도무기 및 폭탄 장착이 가능하고 전자동 디지탈 엔진제어장치, 컴퓨터를 이용한 전자식 비행제어 조종장치, 위성 및 관성항법장치, 레이더 등 최신 첨단시스템을 채택함에 따라 전투력도 공군의 주력전투기인 F-5와 F-16의 중간단계는 된다.

이처럼 정부가 주도하고 92년부터 4년간에 걸쳐 7백여억원(직접투자비용)을 들여 탐색개발(항공기 기본형상 설계)을 끝내놓고도 선뜻 KTX-2의 「체계개발」에 들어가지 못하고 망설인 것은 무엇보다 예산부족과 투자 사업성에 대한 부처간 이견 때문이었다.

KTX-2의 탐색개발이 끝나자 지난해 6월 항공우주산업 육성 실무위원회는 예산검토에 나섰고 다시 그해 8월 관계장관회의에서 타당성 재검토 지시가 떨어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0월부터 금년 6월까지 사업성을 재검토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KTX-2의 주사업부서인 국방부는 이때 항공산업의 육성 필요성과 아울러 사업 1년 지연시 1천4백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이유 등을 들어 관련부처에 조속한 재개를 촉구했다.

국방부는 당시 KTX-2사업에 직접 들어간 돈은 7백2억원(정부예산 4백39억원, 업체투자 1백8억원, 현금성 절충교역 1백55억원)이지만 KFP 면허생산 추가비용 7천2백억원, 항공부문 국내업체 투자 3천8백40억원 등 간접손실 비용이 1조4천2백38억원에 달해 총 1조5천억원의 막대한 국고 낭비가 초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KFP사업 등을 통해 구축된 국내 항공산업의 기술, 인력, 설비 등이 후속사업에 활용되지 못하고 상당부분 유휴화될 것이라고 누차 경고, KTX-2 사업재개라는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경기침체가 내년 이후에도 계속될 경우 새 정권하에서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이 사업에 또다시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 항공산업은 비록 늦었지만 반드시 육성해야 하는 필수사업이란 점을 깊이 인식해 이제부터라도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