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네트워크 시대의 覇者

마형사회(馬型社會)라는 말이 있다. 말은 한 마리가 어느 방향으로 뛰기 시작하면 다른 무리들도 일제히 같은 방향으로 뛰기 시작한다. 이런 말의 성질을 이용한 것이 경마이다.

이처럼 한 기업이 히트상품을 내놓으면 유사상품들이 분수처럼 흘러나오고 드디어는 시장을 포화시킨다. 자연히 경쟁은 치열해지고 제품의 품질향상이나 코스트 저감을 위한 기업의 연구개발은 가열된다. 이 경우 소비자로서는 이득이 되겠으나 기업으로 볼 때는 상품의 진부화를 재촉하고 시장을 급속히 포화시켜 내구소비재의 비내구소비화라는 진귀한 현상이 초래된다. 기업이 곤경에 빠지게 됨은 물론이다.

이것이 오늘의 마형사회이다. 이러한 마형사회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오늘날 하이테크 기업들이 구사하는, 최초로 신제품을 내놓고 짧은 기간 안에 투자를 회수해서 경쟁사가 따라오기 전에 기존 제품을 진부화시켜 후발자에게 시장을 내주지 않고 다시 발빠르게 다음 단계 신제품을 내놓는 방법이 있다.

또 하나는 사실상의 기술 표준을 구축함으로써 업계를 선도하는 방법이 있다. 우리들이 사용하는 컴퓨터의 QWERTY순의 키보드, 컴퓨터의 OS인 윈도, VCR의 VHS방식, 그리고 컴퓨터의 인텔 MPU칩 등은 부지불식 간에 사실상의 표준으로 인식돼 있다. 이것을 뒤엎고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 보급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지만 이러한 패자(者)가 내일의 패자를 약속하지 않는다는 것 또한 오늘의 현실이다.

컴퓨터 기술은 진전을 보이는 가운데 5년을 주기로 부침을 이어왔다. 1975년 「유닉스」의 「워크스테이션」이 등장했고 1980년에는 IBM의 PC가 출현했다. 1985년에는 「선마이크로」의 「워크스테이션」, 1990년에는 윈도와 매킨토시가 나타났으며 1995년에는 멀티미디어 컴퓨터가 등장했다.

그러나 여기에 또 다른 복병이 있는 것이다. 이제 모든 하이테크 주자는 이것을 놓고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뛰기 시작했다. 이른바 「인터넷」의 패자를 향해 격돌하기 시작한 것이다.

네트워크의 매력은 n자승으로 증식한다는 것이다. 가령 어떤 전화회사에서 제공하는 네트위크에 4인의 가입자가 있다고 하면 이때 서로 말할 수 있는 회선수는 6개가 된다. 여기에 가입자가 2인이 늘어나면 통화 가능한 회선수는 2.5배인 15개로 증가한다. 가입자가 원래의 10배로 증가해 40인이 되면 회선수는 1백30배인 7백80회선으로 늘어난다. 이것이 네트워크의 증식 특징이다.

n인이 가입하는 네트워크에 2인이 연결하는 패스의 총화는 2분의 n(n-1)로 표시된다. 원래의 가입자는 자기 부담없이 신규가입자가 늘어가는 데 따라 패스 증가의 은혜를 입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이같은 현상을 가리켜 「네트워크의 외부성」이라고 한다.

인터넷의 특징 중 하나는 아메바처럼 증식된다는 점이다. 인터넷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6천만이 가입돼 있으며, 금세기말까지는 가입자가 2억인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러한 통신망을 통해서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배포하고 일정기간 사용케 한 다음 어느 시기에 제작자에게 요금을 내고 패스워드를 받지 않으면 정지시키는 타입의 소프트웨어가 있다. 이것이 이른바 「셰어웨어」이다. 파는 사람은 확판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 네트워크의 확대에 편승해 판매가 자동적으로 늘어난다. 사실상의 표준으로까지 정착된다.

넷스케이프의 「브라우저」는 바로 이렇게 탄생한 것이다. 미국에는 자작 소프트웨어를 이렇게 팔고 유유자적하는 사람이 많다. 인터넷을 통한 비즈니스의 확대는 가속되고 있다. 이제 각종 상거래는 물론 가상점포를 통해 물건을 사고 팔며 돈의 결제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인터넷 은행의 등장이 예상된다.

인터넷상에 홈페이지를 만들어 놓으면 자동으로 광고가 되고, 모든 시사성 뉴스도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Real Time)으로 시청할 수 있다. 네트워크 시대의 패자는 이 통신망을 지배하는 자가 될 것이다.

<한솔PCS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