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해외 전자산업 새물결 (12);네트워크가 곧 경쟁력 (1)



최근 들어 컴퓨터, 정보통신분야를 관통하는 가장 큰 흐름으로 네트워크화 추세를 빼놓을 수 없다.

전세계적으로 컴퓨터 보급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이들 컴퓨터를 한 데 연결하고자 하는 네트워크화 움직임이 줄을 잇고 있다. 연구소나 대학, 병원들이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컴퓨터를 연결하고 있고, 기업들이 업무의 효율화를 기하기 위해 속속 네트워크 구축에 나서고 있다. 90년대 들어 지난 몇 년 동안 세계 네트워킹시장은 50%를 넘어서는 고속 성장을 거듭, 지난해 1백20억달러를 거쳐 올해에는 1백80억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誌는 오는 2001년까지 전세계 주요 기업의 97%가 기업 내 컴퓨터를 네트워크화할 것이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같은 통계는 결국 네트워크화되지 않은 컴퓨터는 이제 더이상 의미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미래 정보사회의 기반은 네트워크로 귀착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한다.

네트워크는 크게 근거리통신망(LAN)과 원거리통신망(WAN)으로 나눌 수 있다.

한때 이 두가지 네트워크는 공간적인 개념의 거리를 기준으로 했지만 이제는 공중망을 이용하는지의 여부에 따라 구별되고 있다. 즉 어떤 기업이 LAN을 구축했다는 것은 공중망과 연결되지 않은 독립적인 네트워크를 마련했다는 의미이고 WAN을 구축했다는 것은 본사와 지사 혹은 지사들 사이에 공중망을 이용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LAN과 WAN의 구별이 줄어들고는 있으나 이같은 구분은 당분간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LAN은 본래 기업의 건물이나 공장, 또는 대학 등 비교적 좁은 범위에 있는 컴퓨터나 사무기기들을 케이블로 연결, 문서나 음성, 영상 등의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전산망을 지칭했다.

LAN은 정보처리량의 증대에 따라 작업량을 분산하고 자원을 공동 활용하자는 취지에서 개발된 네트워크. 그러다가 기업들의 전산환경이 기존 메인프레임에서 클라이언트, 서버쪽으로 옮겨가면서 LAN 구축열기가 일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LAN을 이용해 인사, 회계, 마케팅 등 회사와 관련한 많은 업무를 수행하는 등 LAN의 구축 여부는 기업의 대외경쟁력과 직결되는 등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고 있다.

또한 LAN으로 인해 거리를 뛰어넘는 실시간 동영상회의가 현실화되고 재택근무가 늘어나는 등 일반인의 생활양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

이처럼 LAN의 수요가 팽창하면서 제품을 공급하는 업체들도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다. 시스코시스템스, 스리콤, 베이네트웍스 외에 메인프레임시대의 기득권을 바탕으로 LAN시장 패권을 넘보는 IBM, 디지털이퀴프먼트 등이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인텔과 컴팩컴퓨터 등 하드웨어업체들이 인터페이스 카드와 허브 등 LAN 관련장비를 내놓고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시장공략을 위해 위해 제휴나 합병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들어 스리콤이 US로보틱스를 인수한 사례 외에 시스코같은 경우 제휴의 범위를 네트워킹분야에서 통신분야로 확대해가고 있다. 또한 중소규모업체들 사이에서 M&A는 생존을 위해 자연스런 추세가 되고 있다.

앞으로 LAN시장에 대한 전망은 크게 몇가지가 가능하다.

우선 고속 LAN제품들이 계속 나올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가 멀티미디어화하면서 고속, 대용량 정보전송 요구가 증가, 이더넷, 토큰링, FDDI 등을 넘어 고속 이더넷, 기가비트 이더넷, 비동기전송모드(ATM) 등이 개발되고 있다.

LAN은 가상개념으로 발전하고 있다. 기존 LAN장비를 추가하지 않고도 소프트웨어를 통해 논리적인 새로운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가상LAN이 등장하고 있다. 가상LAN은 네트워크 관리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데이터 수요도 줄일 수 있으며 보안성도 높아 일반 기업 사이에서 관심이 늘고 있다.

이밖에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LAN과 WAN간의 경계가 모호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네트워킹업체들도 다양한 네트워크분야로 투자를 분산하고 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앞으로 인트라넷이 보편화되면 LAN의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트라넷은 LAN이 제공하는 것과 같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할 수 없어 당분간은 LAN이 기업들 사이에서 폭넓게 이용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허의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