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213)

가족계획이 필요 없는 파리들의 섹스.

왕성한 번식력을 자랑하는 파리는 선천적으로 섹스를 위한 근육이 고도로 발달되어 있다. 무한대의 섹스가 가능한 파리 사이에 있어서도 서열이 존재하고, 그 서열에 해당만 되면 강력한 섹스근육을 활용해 섹스를 계속한다. 파리에게도 섹스는 진실이다.

섹스를 위해서 살아가는 것처럼 쉴 새 없이 섹스를 해대는 파리는 다른 동물의 수컷과 마찬가지로 파리의 수컷 역시 언제 어디서나 기꺼이 교미를 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강력한 섹스능력을 가진 파리는 사회적 규범과 도덕의 틀 속에서 섹스능력이 도태될 대로 도태된 인간을 우롱하듯이 인간이 보는 앞에서 버젓이 섹스를 즐기곤 한다. 차라리 진실을 위장한 채 살아가야 하는 인간들을 안타깝게 여기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파리에게도 일방적으로 정액 배설로 모든 임무가 끝나는 수컷 파리와, 그렇지 않은 암컷 파리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인간의 배란기와 흡사한 발정기와 교미시기, 색욕 사이엔 일정한 주기가 작용한다. 이 때문에 암컷은 수컷보다 섹스에 대한 성향이 약하다. 암컷은 더 많은 번식을 위해 어느 정도 시간여유가 필요하기 때문에 수컷처럼 전천후의 성욕은 아니다. 하지만 수컷 파리는 다르다. 오로지 서열에 따른 섹스를 쉴새 없이 행할 뿐이다.

화면에서는 다시 춤추는 암컷 파리들이 떼거리로 모여 춤을 춰대고 있었다. 리듬에 맞추듯 신나게 춤을 춰대고 있었다.

그 앞으로 수컷 파리 한 마리가 다가들었다.

투명한 풍선 같은 막에 쌓인 곤충을 수컷 파리가 통째로 춤추는 파리 앞으로 날라다주자 한 마리의 암컷 파리가 잽싸게 다가들었다. 선물을 받은 암컷 파리가 환상적인 모습으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먹이가 담겨 있던 막을 뒤집어쓰기도 하고, 이리저리 세워보기도 하면서 기쁨을 표시했다. 수컷 파리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암컷 파리의 등 뒤로 올라탄 수컷은 암컷이 그 먹이를 가지고 즐거워하는 동안 자신의 생식기를 암컷의 몸 속으로 깊숙이 삽입한 채 마냥 암컷의 몸을 탐닉했다.

파리의 섹스 역시 기브 앤드 테이크.

그것을 가장 잘 입증하는 것이 바로 화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춤추는 파리의 섹스였다. 이름만큼이나 낭만적인 춤을 추는 암컷 파리.

사내는 테라코타의 풍만한 젖꼭지를 어루만지며 자신의 아랫도리 깊숙이 손을 찌른 채 화면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