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PC용 DVD보드의 수출산업화

국산 PC용 DVD보드가 세계 정상급의 수출경쟁력을 확보해 해외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다. DVD가 CD를 대체하는 차세대 유망상품으로 향후 폭발적인 수출확대까지 예견되고 있어 수출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자업계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국내에서 PC용 DVD보드를 개발, 수출에 나서고 있는 업체는 가산전자와 두인전자 그리고 벤처기업과 대기업이 공조체제를 구축한 디지탈로직과 아남반도체기술의 컨소시엄 등으로, 이들 업체는 현재 미국, 일본, 중국 등지 유통상들과의 접촉을 통해 수출시장 개척에 나섰다.

미국의 데이터퀘스트는 세계 PC용 DVD보드 시장규모에 대해 초기시장인 올해 1백20만대에서 내년엔 3백60만대, 99년에는 8백만대, 2000년에는 최소한 1천만대를 상회하는 등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DVD보드의 시장확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영상타이틀도 지난 6월말 기준으로 미국에서 1백20종, 일본은 1백80종이 개발돼 양산에 들어갔으며 국내에서는 삼성과 LG 등 타이틀 제작업체들이 올해 중 1백종 가량의 영상물을 출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PC용 DVD보드를 개발했다고 모두 수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DVD 컨소시엄에서 규정한 각종 규격과 돌비인증, 복사방지(CSS) 등을 모두 받아 DVD 로고마크를 부착해 판매할 수 있는 업체는 현재 세계적으로 한국의 가산전자와 두인전자를 포함해 모두 4, 5개사에 불과하다. 이는 국산 PC용 DVD보드가 경쟁제품이 거의 없는 세계시장을 연말까지 거의 독식하면서 내년부터는 이를 바탕으로 더욱 수출물량을 확대해 세계시장 주도권을 거머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국산 DVD보드가 이와 같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은 멀티미디어 영상 전문업체들의 꾸준한 노력의 결실로 풀이된다. 이들 업체는 전직원의 절반 이상이 전문 엔지니어로 구성돼 있고 매년 매출액의 10% 이상을 연구개발비로 투입해왔다.

게다가 2000년까지의 중장기 세계기술 흐름을 미리 예측해 향후 1, 2년 이내에 상품화할 제품개발계획을 수립, 추진해왔으며 그 결과 PC용 DVD보드에서 세계적인 메이커들보다도 앞서 제품을 개발해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세계 정상급의 첨단제품을 개발해 놓고도 우리의 개발업체들은 영세한 자본력과 마케팅력으로 시장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외공급처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대기업이라면 손쉽게 접촉할 수 있는 세계적인 메이커인 IBM, 컴팩 등과의 접촉이 어렵다는 호소다.

이같은 상황이 이른 시일 내에 개선되지 않는다면 어렵게 세계 정상급의 첨단 국산제품을 개발해 놓고도 초기시장 진입에 실패할 소지가 많다. 즉 세계시장을 주도할 기회가 왔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실기해버릴 우려가 높은 것이다.

따라서 국산 PC용 DVD보드를 수출산업화하려면 우선 대기업과의 공조체제 형성이 시급하다. 중소업체들이 취약한 마케팅력의 보완 차원에서 세계 전역에 깔려 있는 대기업의 그물같은 판매망을 활용할 수 있다면 찾아온 기회를 바로 시장주도권 장악으로 연결시킬 수 있음은 물론이다.

정책적인 지원도 물론 필요하다. 현재 등장한 PC용 DVD보드는 1세대 제품이지만 기술혁신이 빠른 멀티미디어 세계시장은 현기술보다 앞선 제품을 조만간 요구할 것이 뻔하다. 따라서 이들 전문기업이 후속제품을 용이하게 개발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뒤따른다면 DVD보드 만큼은 국산제품이 세계시장을 계속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