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 시외, 국제 등 주요 통신요금이 지난해 11월 이후 10개월만에 또 다시 조정됐다.
정통부와 한국통신은 이번 요금조정이 선진국형`에 맞게 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내전화요금은 지나치게 싸고 시외전화요금은 지나치게 비싼 현행 요금체계를 보다 합리적으로 고쳤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이번 요금조정으로 시내, 외간 요금격차는 현재 1대 6.7에서 1대 5.4로 좁아졌다고 밝혔다.
정확히는 선진국형`이라기 보다는 시장개방대응형`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 외국인이 국내에서 전화사업을 할 수 있게 되면 수익성을 기대하기 힘든 시내전화보다는 요금차별성을 무기화하기 쉬운 외국, 국제전화 쪽으로의 시장진입이 늘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결국 외국인의 국내시장 진출여지를 최대한 축소시키는 것이 이번 요금조정안의 핵심이다. 문제는 외국사업자 뿐만 아니라 국내사업자들에게도 똑같은 영향을 미쳐 최근 정부의 허가를 받은 신규사업자들의 경영압박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이번 요금조정안이 숫자놀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시외전화요금은 1백㎞이내의 경우 현재 41초당 41.6원에서 47초당 45원으로 조정됐다. 이를 3분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1백83원에서 1백72원으로 9.3%인하된 것이며 이것이 정부의 발표내용이 다. 하지만 요금부과기준인 한 도수 요금은 오히려 인상돼 41초 이내 시외통화요금은 오히려 8.2% 인상된 결과가 됐다.
전화요금부과의 기본단위인 시내전화요금이 45원으로 인상됨으로써 시외전화요금도 45원을 기준으로 두수체계를 개편할 수 밖에 없었겠지만 통화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전화요금을 굳이 3분 기준으로 환산해 9.3%인하됐다고만 발표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1백㎞이상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27초당 41.6원에서 33초당 45원으로 조정됐다. 역시 27초 이내 통화의 경우 8.2%인상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3분 기준으로 환산한 요금인상, 인하율을 받아들인다 해도 시내, 시외, 국제, 공중전화 등 유선전화 전체의 요금은 1.8%인상됐다. 함께 발표된 이동전화요금 12.7%인하를 합산해야 이번 요금조정이 인하`된 것으로 계산이 된다.
PCS사업자의 등장으로 자연스럽게 인하될 수 밖에 없는 SK텔레콤의 이동전화요금을 시내전화요금 인상과 묶어 마치 생색내듯이 발표하고 이를 토대로 국민부담이 1천4백63억원 줄었다`는 식의 발표를 한것은 전화요금 인상에 대한 여론의 반발을 희석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시내전화요금 인상의 부담을 고스란히 안을 수 밖에 없는 PC통신, 인터넷 이용자들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는 것도 정통부에 정보화 확산의 의지가 과연 있는지를 의심스럽게 한다.
정통부는 시내전화료는 인상하면서 014XY망 이용료는 동결함으로써 실제로 PC통신 이용시의 시내전화 요금 할인율은 더욱 커졌다`고 주장하지만 고속의 014XY망은 서울 등 대도시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모를 리 없다. 결국 014XY와 PC통신을 동일시하는 정부의 요금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지역간 정보화격차는 갈수록 심화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