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전 교육세 인상 문제많다

가전제품에 부과되는 교육세를 현 세율에 비해 최고 30%까지 인상하는방안이 정부당국에서 검토되고 있다는 보도다.

주무당국인 재정경제원이 청와대에까지 보고한 정황 등을 고려하면 현재 검토되고 있는 교육세 인상방안은 사실상 정부안으로 확정된 것이나 다름 없으며 다만 발표시기만 남겨 놓고 있다는 관측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시기적으로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확정도 화급을 다툰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더욱이 교육세법의 개정 등 복잡한 절차없이도 이 법의 규정에 따라 교육세인상이 가능하다는 점도 이같은 정부안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갖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재경원측은 「교육재정의 수급상 필요할 경우 대통령령으로 현행 세율(30%)의 30% 범위내에서 조정할 수 있다」는 현행 교육세법 제5조 2항의 규정에 근거, 최고 30%의 탄력세율 적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렇게 볼때 내년도 세수 부족분으로 예상되고 있는 3조원 중 상당액을 교육세 인상을 통해 충당할 것으로 보인다 .

그러나 교육세 부과대상이 특소세(30%) 품목 이외에도 교통세(15%), 주세(10%), 금융보험 수익금(0.5%) 등을 비롯하여 등록세(20%), 주민세 등의 지방세에도 폭넓게 적용된다는 점에서 그 파장은 의외로 커질 공산이 크다.

특히 교육세가 최고 30%까지 일률적으로 인상된다고 해도 특소세 부과기준으로 돼있는 현행의 교육세제 아래에서 가전제품이 받는 영향은 타 품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욱 크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에도 여러차례 지적한 바 있지만 가전제품은 이미 우리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될 생활필수품으로서 특소세 부과대상에서 벗어난지 이미 오래다. 그런데도 소비억제를 목적으로 특소세를 부과한지 지난 20여년 동안 고율의 특소세를 부과해왔고 또다시 이를 기준으로 교육세를 인상한다면 그 부담 역시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현재 세탁기, 냉장고, TV 등 거의 모든 가전제품에 부과되고 있는 특소세가 품목별로 15∼20%의 높은 세율을 적용받고 있는데 이는 청량음료나 화장품(10%)은 물론 세트당 5백만원 이상의 고급가구나 배기량 1천5백∼2천㏄의 자동차(15%)보다도 고율이다.

뿐만 아니라 가전제품에 대한 교육세 역시 특소세의 30%로, 경마, 마권(50%) 다음으로 높은 세율을 적용받고 있다는 것은 형평성을 벗어나는 조세정책으로 앞으로 가전제품에 대한 교육세 인상 파장은 여타 품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가전산업은 일본 다음가는 세계 2위의 생산국으로 부상하기까지 온갖 난관을 극복하면서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주도해왔다. 그러나 지난 96년 하반기 이후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우리경제의 고비용 생산구조와 이로 인한 경쟁력 약화, 경기침체 등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가전제품 생산이 지난 상반기중 전년대비 5.3%, 수출이 14.3%나 격감했다는 사실은 가전업계의 경기가 어느 정도인가를 쉽게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그 중에서도 오디오 및 소형가전업계 그리고 이들 업체와 거래해온 중소 부품업계의 불황은 더욱 심각하다.

최근 국내기업들은 대기업들의 잇단 부도유예 조치와 경기침체가 맞물리면서 자금시장 불안정, 부도율 증가, 감원 등으로 한결같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영세 가전업체들의 자금압박은 더욱 심각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세수부족을 이유로 목적세인 교육세를 인상하겠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가전제품에 대한 특소세 조정없이 교육세만을 인상하겠다는 것은 더욱 큰 문제다.

세수차질은 근본적으로 경기침체에 따른 매출부진에서 발생된 것이다. 따라서 세수차질을 막기 위해선 자금불안 해소와 경기안정에 주력하는 등 그 본질적인 문제점에서 해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물가인상과 경쟁력 약화, 판매부진, 경기침체, 나아가 세수확보 차질의 악순환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되는 교육세 인상방침은 재고돼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