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까지 멀리 떨어져 있는 개별 LAN을 연결하는 WAN은 공중망인 X.25망이나 점대점(point-to-point)방식의 전용선이었다.
전용선은 성능이 뛰어난 반면 사용하는 데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X.25는 가격이 저렴한 반면 최소 수 Mbps급인 LAN을 지원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단점을 갖고 있었다.
그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프레임릴레이. 90년대 초 등장한 프레임릴레이는 전용선을 구축하기 어려운 기업들이 쉽게 구축할 수 있는 WAN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X.25와 동일하게 프레임릴레이 역시 DTE(Data Terminal Equipment)와 DCE(Data Circuit terminating Equipment)간 접속방식을 규정하는 프로토콜이다. 패킷스위칭방식을 사용하는 것도 X.25와 같다. 프레임릴레이는 프레임이라는 길이가 변하는 패킷을 사용할 뿐이다.
프레임릴레이와 X.25의 가장 큰 차이는 데이터 전송속도에 있다. X.25는 본래 전송선로의 품질이 취약하다는 가정하에 개발됐다. 따라서 PC를 포함한 단말기들이 데이터를 송수신할 때 관련 네트워크장비는 데이터의 오류를 일일이 체크, 수정하도록 설계돼 있다.
X.25가 등장했을 때 이 기능은 상당한 장점이었으나 90년대 들어 회선상태가 향상되고 각 기기의 성능이 개선됨에 따라 오히려 단점으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프레임릴레이는 이같은 X.25의 복잡한 기능을 상당부분 단순화해 데이터의 고속전송이 가능하도록 고안된 네트워크다.
그러나 이것은 프레임릴레이가 데이터의 오류를 그대로 방치한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프레임릴레이는 에러를 검출할 수 있지만 X.25와는 달리 수정하지 않고 에러가 난 프레임을 버린다. 이 때 에러프레임을 검출한 수신장비는 송신장치에 재송신을 요구하고 송신장치는 해당 프레임을 재송신한다.
이러한 기능 때문에 프레임릴레이는 X.25의 최대 속도인 64kbps보다 3배 정도 빠른 2Mbps의 속도를 보유하게 된다.
프레임릴레이와 X.25의 또다른 점은 프레임릴레이는 데이터뿐 아니라 음성 및 팩스까지 지원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프레임릴레이 회선으로 데이터와 음성, 팩스를 동시에 주고받을 수 있는 기능은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상당한 장점이다.
그러나 프레임릴레이도 기업의 모든 요구사항을 충족시키는 만능 네트워크는 아니다. 프레임릴레이의 가장 큰 한계는 데이터가 가장 빠르게 전달될 수 있도록 경로를 상황에 맞춰 지정해주는 스위치드가상회로(SVC)를 지원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정된 경로만을 따라 데이터를 전송하는 영구가상회로(PVC)를 사용하는 프레임릴레이는 이 때문에 데이터가 폭주할 경우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단점을 갖고 있다.
전세계적인 네트워크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도 프레임릴레이의 취약점이다. 국가별로 다른 형태의 방식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지난 91년 7월에 결성된 프레임릴레이 포럼이 표준화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결과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같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프레임릴레이는 각 국가가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WAN으로 자리잡고 있다. 데이터와 음성, 팩스를 동시에 지원하고 데이터 전송속도 또한 현실적으로 가장 빠르기 때문이다.
<이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