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日 반도체업체들 D램 사업 위기

일본 반도체업체들의 D램 사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일본시장의 PC 판매 부진과 미국, 대만 반도체업체들의 물량공세와 저가공세가 그 배경이다. 한국업체들의 D램 사업도 일본과 비슷한 문제들에 직면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D램 가격의 상승은 내년 후반 이전에는 기대하기 어렵다』.

반도체관련 조사회사인 IDC는 향후 1년간 일본업체들의 D램 사업은 어려운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며 이렇게 분석했다. 이같은 분석의 근거로 IDC재팬은 『윈도 95 후속 운용체계(OS)의 등장이 내년 봄 이후로 연기됨에 따라 올해는 PC수요가 확대될 뚜렸한 이슈가 없을 뿐 아니라 내년 새 OS가 등장해도 PC의 메모리 용량이 크게 확대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현 주력 D램인 16MD램의 일본시장 가격은 최근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일본 현물(스폿)시장의 16MD램 가격은 8월 현재 개당 6백70-6백80엔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 2백30엔(약 25%)이나 떨어졌다.

16MD램 가격 급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 일부 미국업체들과 대만업체들의 증산으로 빚어진 공급 과잉 현상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급과잉도 한국업체들의 적극적인 감산과 일본업체들의 증산 동결에 힘입어 올 연말에는 해소될 것이라는 견해가 조심스럽게 대두돼 왔으나, 최근 16MD램 수요의 70%를 차지하는 PC의 판매부진으로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부정적인 시나리오들이 일본에서 제기되기 시작했다.

일본전자공업진흥협회 발표에 따르면 올 2.4분기 일본 국내시장 PC출하대수는 전년동기대비 4% 늘어난 1백70만9천대를 기록, 출하 집계를 시작한 지난 94년 3.4분기 이래 처음으로 한자리수 증가에 그쳤다. 이같은 판매 부진은 소비세 인상과 구매 자극 요인 부족이 맞물려 빚어진 결과로, 이런 추세가 당분간 이러질 것이라는게 PC 유통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자사 마이크로프로세서(MPU)의 판매 부진을 염려한 인텔이 최근 『시장을 환기시키기 위해서는 가격 인하가 선행돼야 한다』며 일본 PC업체들에 PC가격 인하를 권유하는가 하면 일본 유통업체들도 『초보자용 PC 판매가격을 10만엔대 이하로 낮추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연말 수요기에도 심각한 판매부진이 예상된다. 특히 데스크톱 PC는 이제 부가가치 창출과 차별화가 어려운 상황이므로 박리다매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으나, 일본 PC업체들은 이같은 여론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반도체업계의 애를 태우고 있다.

PC 시장을 지켜보는 일본 반도체업체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는 것은 전체적인 판매부진의 주범이 16MD램을 주로 채용하고 있는 데스크톱 PC 라는 점이다. 사실 휴대형 PC의 수요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다. 그러나 휴대형 PC 대부분의 기종이 16MD램을 사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휴대형 제품의 특성상 메모리 확장 수요도 기대할 수 없어, 16MD램 시황 활성화에는 전혀 기여하지 못한다.

일본 반도체업계 D램 사업 위기의 또 다른 배경인 미국, 대만업계의 물량공세와 가격공세도 앞으로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대부분의 대만 주요 반도체업체들은 반도체 산업의 기반을 다진다는 방침아래 올해 대폭적인 16MD램 증산을 계획하고 있다. 또 이미 D램분야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도 D램 시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지난 1월 이후 증산을 거듭해 오다가 오는 9-11월 또 한차례의 대폭 증산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일본 반도체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이 회사가 9-11월 3달간 생산하는 규모는 총 1억개로, 현재 16MD램 감산에 나선 한국의 삼성전자, 현대전자, LG전자 3개사가 계획하고 있는 7-9월 3개월 동안의 생산량 합계 8천4백만개는 물론 일본의 NEC, 도시바, 히타치제작소가 같은 기간 계획하고 있는 생산량 합계 9천1백만개 보다도 많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또 내년부터는 0.25미크론 기술을 도입, 16MD램 칩 크기를 현재의 43평방밀리미터에서 30평방밀리미터로 축소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칩 크기 축소는 곧바로 실리콘웨이퍼에서 얻어낼 수 있는 칩 개수의 증가로 이어져 D램 개당 가격도 크게 낮아질 전망이어서 16MD램 가격 하락을 한층 부채질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업체들의 D램 사업도 일본업체들과 별반 다를 바 없다. 물론 PC 수요의 대폭적인 감소 현상을 나타나지 않고 있으나 전체 시장 상황 자체는 일본과 거의 비슷하고 특히 대만과 미국업체들의 저가, 물량공세는 D램 의존도가 높은 한국업체들에 더 큰 타격을 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과 일본 반도체업체의 16MD램 사업은 수요 부진, 공급 급증, 단가 경쟁 등으로 한층 어려운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심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