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성교육방송에 거는 기대와 우려

짧은 개국 준비기간으로 인해 시험방송이 과연 제때 시행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었던 EBS 위성교육방송 2개 채널이 「사교육비 해소」라는 슬로건 아래 25일부터 무사히 전파를 내보냈다. 현직 교사 및 학원강사로 구성된 일류 강사진, 전국 어디서나 시청 가능한 무료강의, 학원식으로 진행되는 강의방식 등 가히 혁명적인 교육방송이 디지털 위성방송으로는 KBS에 이어 두번째로 EBS를 통해 첫 전파를 탄 것이다.

EBS의 위성교육방송은 비록 본격적인 위성방송 서비스체제가 아닌 「실용화 시험국」 형태로 출범했으나 위성교육방송의 시작이라는 뜻과 사교육비 부담의 절감이라는 교육목적 이외에도 여러가지 측면에서 그 뜻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우리 교육계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멀티미디어 교육을 축으로 한 정보화 기반조성」이라는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25일 개국과 동시에 방송프로그램 내용이 주문형 교육(EOD) 서버에 저장되어 인터넷을 통해 언제든지 열람되며 교육정보 종합서비스시스템을 통해 학생들에 대한 교육지원이 입체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이같은 멀티미디어 교육환경은 학생들의 정보화 열기를 가속화시키는 부수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번 EBS의 위성교육방송은 새 방송법의 입법 지연으로 난관에 봉착한 우리나라 디지털 위성방송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줄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서비스가 아니어서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려우나 당장 국내 위성방송사업과 관련된 수요가 엄청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절름발이 상태에 있는 KBS 위성방송이나 세트톱박스산업의 활성화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관련 수신용 세트톱박스가 벌써 학생들을 지도하는 일선교사들과 입시전문 및 보충지도 학원들로부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입시생을 둔 중산층 이상 가정의 세트톱박스 구입이 늘고 있다고 한다.

또한 EBS 위성교육방송은 그동안 소외되어온 농어촌 및 도서벽지 분교 학생들에게도 양질의 교육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특히 일본, 중국, 러시아, 동남아에 거주하는 해외교포 자녀를 위한 체계적인 교육도 위성교육방송을 통해 지원 가능하다는 점에서 교육기회의 균등화 실현과 연결된다고 하겠다.

그러나 EBS의 위성교육방송에 대한 우려 또한 적지 않다. 위성교육방송에 쏠리는 국민의 눈길은 상당히 조심스럽다. 위성교육방송을 두고 학부모와 교사, 방송관계자들은 「기대반 걱정반」의 심정이다.

과중한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준다는 차원에서 출발하는 위성교육방송이 성공할 경우 너나 없이 겪고 있는 과외비 부담을 덜 수 있다. 하지만 실패할 경우 과외망국론이 되살아날 가능성이 높다. 설상가상으로 EBS는 위성교육방송을 앞두고 교재채택과 방송강사 선정 비리파문 문제로 도덕적으로 이미지가 실추된바 있다. 이로 인해 EBS가 앞으로 위성교육방송을 건강하게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다.

또한 EBS의 위성교육방송은 케이블TV의 3개 교육채널에 대한 위성방송 허용문제가 공보처와 정보통신부의 견해차이 때문에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채 출범했다. 케이블 채널들은 그동안 쌓아놓은 노하우에도 불구하고 이번 EBS의 외주제작에 참여하지 않았다. 오히려 중계유선방송이 EBS의 위성방송을 중계하도록 결정되면서 타격만 받게 됐다.

이밖에도 EBS의 위성교육방송은 만반의 준비를 갖춘 상태에서 출발했다고 보기에 어려운 구석이 많다. 재원을 충분히 마련치 못한 채 강행돼 졸속운영이 지적되고 있으며 인력문제도 심각하다.

공교육 부실이 불러온 사교육비의 지출을 위성교육방송이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면 그것만큼 반가운 일은 없다. 실패하는 경우 그 부작용은 심대하다는 점을 명심하고 보다 세심한 운영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