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美, 온라인상 개인정보보호관련법 둘러싸고 논쟁

최근들어 미국에서는 인터넷 등 온라인 상에서의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한 법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미 연방무역위원회(FTC)가 지난 6월 개최한 공청회 결과를 토대로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보고서의 내용을 둘러싼 이해 관계자들의 이견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FTC는 온라인 상에서 일반 국민의 사적인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의회의 입법조치보다 온라인업계와 데이터 서비스업계 등 관련업계가 자체적으로 규제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FTC는 상원의 무역, 과학, 교통 분과위원회에 보낸 서신에서 내년 6월까지 자율 규제의 틀을 제공하는 완전한 형태의 보고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FTC는 또 웹사이트 개발자들이 미성년자의 개인정보를 부모의 동의 없이는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지침도 제시했다. 미성년자들의 인터넷 사용과 관련, FTC는 필터링 소프트웨어의 개발과 사용을 적극적으로 강조했다.

FTC의 이번 보고서는 온라인 상에서 개인의 정보보호를 위한 규제를 기업쪽의 자율의지에 맡기기로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FTC의 입장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전자프라이버시정보센터(EPIC)의 마크 로텐버그 수석 이사는 『실제적인 문제는 FTC가 6월에 있었던 공청회에서 제시된 많은 증거들을 무시해 버렸다는 데 있다』며, 개인관련 정보의 수집, 사용에 있어 정부규제를 바라고 있다는 각종 조사결과를 제시했다.

루이스해리스어소시에이츠사에 의해 실시된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15%만이 기업의 자율의지에 맡겨두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58%는 정부가 새로운 법을 만들어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같은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주장에 대해 FTC는 『소비자들은 정보의 신뢰도와 보안문제에 대해 더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기업은 더 나은 보호장치가 확보될 수 있도록 자발적인 노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에 대해 필요하다면 정부가 개입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다른 의사를 밝혔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 기업들은 자율규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일련의 조치들을 내놓았다. 지난 6월 마이크로소프트(MS)사와 넷스케이프 커뮤니케이션스사는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표준을 공동으로 만들기로 합의했다. 이는 이미 넷스케이프가 40여개 업체들과 손잡고 오픈 파일링 스탠더드라는 개인정보 소프트웨어 표준을 제정하기로 한 데 대해 MS가 동참하기로 한 것을 의미한다.

소프트웨어 업계의 노력과는 별도로 인터넷 기준을 만드는 중재자 역할을 해온 월드와이드웹 컨소시엄(W3C)도 소프트웨어 기준을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개인정보 선호를 위한 플랫폼」이란 이름으로 알려진 이 기준은 웹사이트 운영자가 컴퓨터 사용자들에게 자신들의 정보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언어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정보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결국 인터넷의 상업적 이용이 계속 확장되는 추세 속에서 필연적으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논란은 업계의 자체 소프트웨어 개발과 시민단체들의 입법 추진이 맞물려 내년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시카고=이정태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