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 음성 데이터, 네트워크 통합 움직임 활발

음성 전송과 데이터 전송기능을 한 데 합친 이른바 통합 네트워크 구축 움직임이 미국내 일반 기업들 사이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는 통합 네트워크가 생산성 향상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측면 외에 비용절감 등 수치로 드러나는 측면에서도 상당한 이점을 갖는 것으로 판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많은 기업들이 통합 네트워크를 구축, 운용함으로써 수백만달러에 달하는 네트워크 유지, 보수비용 및 상당수 인력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위성체 제작업체인 록히드마틴사는 내년까지 회사 내 PC를 통합 네트워크 상에서 운용할 경우 1년에만 총 35만달러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을 내놓았다. 이를 기반으로 이 회사는 별도 운용되던 각각의 음성, 데이터 네트워크를 없애고 음성과 데이터를 동시에 전송할 수 있는 네트워크 구축에 나섰다.

음성과 데이터를 통합한 네트워크는 새롭게 등장한 개념이 아니다. 지난 80년대 음성 네트워크에는 데이터 전송기능이 있었다. 그러던 것이 정보 전송량이 많아지면서 필요에 따라 각각 독립적인 네트워크로 분리됐다.

그러나 최근 다시 등장한 통합 네트워크는 기존과는 달라졌다. 단순히 네트워크가 합쳐진 것뿐만 아니라 이전처럼 음성을 위주로 하고 데이터를 부가 전송하는 방식이 아닌 데이터 네트워크에 음성전송을 덧붙여 전송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또한 데이터 처리에도 차별성이 나타나고 있다. 기존에는 정보의 구별없이 순차적으로 전송됐으나 이제는 동영상 등 대용량 정보가 우선적으로 전송되고 전자우편 등 소용량 데이터는 대용량 정보의 틈새를 이용해 전송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미국의 통신, 네트워킹 장비업계 관계자들은 내년부터 음성, 데이터 통합 네트워크가 보편화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인 인포네틱스가 현재 네트워크를 이용중인 미국 내 1백7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이들 가운데 47%가 이미 음성과 데이터를 통합한 네트워크로 전환했거나 이르면 내년 안에 통합 네트워크로 전환할 의사를 밝혔다. 이들 기업은 통합 네트워크가 별도의 네트워크 운용을 줄일 수 있어 비용절감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응답했다.

통신, 네트워킹 장비업계 동향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양 업계간 기술통합이 활기를 띨 전망이다. 최근 들어 미국의 시스코시스템스가 프랑스의 알카텔 알스톰과, 역시 미국의 스리콤이 독일의 지멘스와 제휴를 맺는 등 음성과 데이터 네트워크를 통합한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통신, 네트워킹업체간 협력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한때는 적이었던 이들이 손잡고 근거리통신망(LAN)에 「사설교환기(PBX) 콜 라우팅 시스템」을 적용한 제품 등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같은 제품통합에는 통신업체보다는 네트워킹업체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음성 전송장비를 최우선 개발목표로 삼고 있는 스리콤은 다른 형태의 데이터를 한꺼번에 전송할 수 있는 제품의 개발에 나서고 있다.

스리콤은 이들 통합 네트워크 제품이 향후 2, 3년 안에 업계를 주도하는 차세대 네트워크 제품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도 이 회사는 교환기능 개발과 함께 원거리 통신망(WAN) 인터페이스 등 광대역 수요를 필요로 하는 장비의 개발도 서두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스리콤은 미국 루슨트 테크놀로지, 캐나다 노던텔레컴, 독일 지멘스 등 기존 통신업체들과 협력 속의 경쟁이 불가피하게 된다.

네트워킹 장비부문 최대의 업체인 시스코도 음성 전송부문이 업계 수위 유지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독자적인 기술개발은 물론 다른 업체와의 제휴, 합병도 이 부문 기술습득에 치중해 추진할 방침이다. 시스코는 현재 개발중인 네트워킹 소프트웨어와 비동기 전송모드(ATM)제품, 네트워크 접속장비 등 하드웨어 모두에 음성 전송기능을 부가할 계획이다.

이밖에 통합 네트워크의 확산에 따라 음성 전송 수요도 폭증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올해 미국기업들의 음성정보 전송 총량 가운데 12%가 데이터 네트워크를 통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내년 29%를 거쳐 오는 99년에는 무려 44%에 달할 전망이다.

통신, 네트워킹업계 일각에서는 진작부터 전화 네트워크와 PC 네트워크를 별도로 운용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기업들이 네트워크의 신뢰성, 안정성 등을 명목으로 들어 별도의 네트워크를 운용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다양한 제품출시로 통합 네트워크기능이 향상되면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 네트워크의 장점을 인정하고 있다. 중복투자를 줄이고 생산성을 늘릴 수 있는 등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진 통합 네트워크는 이제 미국을 넘어 세계로 확산될 전망이다.

<허의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