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고객을 구별하는 인식기술이 앞으로 크게 발전할 전망이다. 미국에서는 최근 고객들이 비밀번호나 지문 등으로 자신을 증명하던 방식을 넘어 얼굴이나 여러 가지 신체적 특징으로 확인할 수 있는 「안면확인 기술(Face Technology)」이 상용화 단계에 들어서면서 이른바 「바이오메트릭스」시대의 도래를 예고하고 있다.
텍사스주 일부 지역에서는 「미스터 페이롤」이라는 안면인식 자동입출금기(ATM)가 주유소 등에 설치돼 일반 소비자들에게 이용되고 있다. 외형이 기존의 ATM과 유사한 새로운 기기는 카메라 앞에 서 있는 사람의 얼굴을 확인해 현금을 지급한다. 얼굴이나 손, 손가락, 목소리, 냄새 등 신체를 탐지하는 새로운 기구들 중 하나인 이 기기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는 사용자는 별로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기도 하다.
절도, 사기 예방 효과 바이오메트릭스는 당초 정보당국에서 비밀보장을 위해 개발, 사용했으나 비용이 낮아지고 정확도가 높아짐에 따라 사용 범위도 확장되는 추세에 있다. 실제로 고객들에 대한 인식이 필요한 음식점에서부터 놀이동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소에서 이용 요구가 많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물론 이러한 기기들은 개인정보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프라이버시 침해 소지가 있어 논란의 대상이 될 부분도 많다. 이미 운전면허증 발급이나 현금 인출에 지문을 사용하는 데 대한 반발도 있다.
바이오메트릭스는 그러나 절도나 사기로부터 고객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기존의 기술 한계를 보완해 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기업들의 관심이 특히 커질 수밖에 없다. 「퍼스널 아이덴티피케이션 뉴스」지의 편집자인 벤 밀러씨는 『바이오메트릭스는 본질적으로 개인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프라이버시에 대한 침해는 어쩔 수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바이오메트릭스가 프라이버시 향상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정보관련 시민단체인 전자프런티어 재단의 수석이사인 로리 페나씨는 『사람들의 정보가 수집되는 양이 많아지는 만큼 프라이버시는 침해될 수밖에 없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실제로 기업들이 관심을 가지는 측면은 저렴한 비용이다. 1백52곳에 설치된 안면인식 ATM 미스터 페이롤의 경우 운영비가 기존 인건비의 70% 수준이다. 이 기기를 개발한 미스터 페이롤사 마이클 스틴슨 사장은 『손과 지문을 인식하는 기기는 이용자들에게 위압적인 느낌을 준다. 은행들이 지문과 관련된 문제를 안고 있다면 우리는 그런 문제가 전혀 없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운영비용 크게 줄어 그러나 안면인식 기술은 아직 폭넓은 검증절차를 거치지 않은 상태라 성과에 대한 판단은 시일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기술이 상대방의 어떠한 협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존의 기술과 차별성을 갖기 때문에 그 성공 여부에 청신호가 될 수 있다. 많은 돈이 오가는 카지노에서 실제로 이 기술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 하나의 예로 제시되고 있다.
안면인식 기술 외에 각광받고 있는 기술 중의 하나가 손 기하학(Hand Geometry)이다. 손 전체나 손가락 몇 개의 형태를 측정하는 이 기술은 오래된 바이오메트릭스 기술 가운데 하나다.
1972년에 조지아대학의 학생식당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이 기술은 학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일종의 핸드 스캐닝인 이 기술은 1993년 이민국에서 채택, 사용해 왔다. IBM도 이 기술을 이용해 세계 각국에서 일률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트래블 신용카드 시스템을 개발중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또 다른 바이오메트릭스 기술은 눈의 홍채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이 기술은 지문보다 훨씬 뚜렷하게 사람을 구별할 수 있어 더 효과적이다. 그러나 아직 개발 초보단계에 있을 뿐만 아니라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기 때문에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시티뱅크는 이 홍채 독해기술을 이용한 ATM을 시험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채 독해기술 시험 이러한 바이오메트릭스 관련 기술들은 그 기술의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고객의 허락없이 개인정보를 수집, 저장, 분석하는 윤리적인 문제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높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공공 장소에서 잡힌 사진이나 목소리는 보호되어야 할 개인 프라이버시로 보지 않는다」는 법률적 판례를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변명으로 내세우고 있는 사람도 있다.
어쨌든 현재까지 미스터 페이롤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상당히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만큼 안면인식 기술의 확산은 시간문제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시카고=이정태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