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 애플의 파워컴퓨팅 인수의미

애플 컴퓨터가 자사의 차세대 OS(코드명 랩소디)에 대해 더 이상 라이선스 제공을 하지 않을 방침임에 따라 이 회사의 개방정책은 사실상 3년여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윈도 기종에 빼앗겨 버린 PC시장의 주도권을 다시 찾기 위해 뒤늦게 OS및 관련 설계를 공개하고 호환업체들을 키우기 시작했던 애플은 결국 이들 호환업체가 윈도PC에 대항해 매킨토시의 점유율을 넓히기 보다는 오히려 그나마 있던 애플 자신의 점유율마저 갉아 먹는 결과를 가져 오자 결국 호환정책을 포기하기에 이른 것이다.

자신의 세력을 키우기 위해 길렀던 고양이 새끼들이 어느새 호랑이로 변해 애플 자신의 존재를 위협하고 있다는 느낀 때문이다.

10여년동안 독자적인 생산으로 폐쇄정책을 고수하며 MS 윈도를 탑재한 IBM호환제품과 외로운 싸움을 벌여 왔던 애플이 그동안의 오류를 인정하고 개방정책으로 돌아선 것은 지난 94년.

애플은 시장에서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급기야 맥OS와 관련 설계를 공개하게 됐고 가장 먼저 이를 라이선스로 제공한 업체가 바로 파워 컴퓨팅이다. 그후 애플은 대만의 유맥스와 모토롤러, IBM에게도 기술을 제공하며 이들이 윈도제품에 대항, PC표준을 되찾기 위한 전초부대 역할을 해주길 기대했다.

그러나 최대규모의 파워 컴퓨팅을 비롯,이들 호환업체는 윈도세력에 맞서 시장을 늘려가기 보다 기존 매킨토시시장에서 그나마 유지하던 애플의 점유율까지 잠식하는 결과를 낳게 됐다.

그중에서도 파워 컴퓨팅은 애플에게 가장 두려운 존재였다.

당초 매킨토시정책을 개방화로 전환할 때만 해도 애플은 호환업체들로 하여금 저가기종에 주력케 하고 자사는 고가제품으로 시장을 나눠 먹겠다는 속셈이었다.

그러나 이런 애플의 기대와는 달리 파워 컴퓨팅은 애플보다 20%정도 빠르면서 가격은 1천달러나 싸게 제품을 내놓음으로써 급속히 점유율을 넓혀 나가 애플의 최대 경쟁자로 부상하기에 이른 것이다.

또 이들 호환업체는 애플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함으로써 고객들의 신뢰를 얻어가게 됐다.

애플은 라이선스 제공을 중단하기에 앞서 심각한 자금난을 덜기 위해 호환업체들에게 라이선스료의 인상을 요구했다.

그동안 호환업체들과 맺은 라이선스 협정이 자사의 기술개발및 제품생산 비용을 전혀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었다.제품당 50달러에 불과한 라이선스 요금으로는 도저히 수지가 안맞다는 게 애플의 논리였다.

그러나 이러한 인상요구가 호환업체들의 강한 저항에 부딪치자 급기야 지난주 애플은 앞으로 차세대 OS인 랩소디와 공동 하드웨어 플랫폼(CHRP)에 관한 설계를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선언하게 되었다.

결국 파이의 크기를 늘리기 위해 택했던 개방정책이 그나마 자신의 파이까지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 오자 다시 자신의 빚장을 걸어 잠그게 된 셈이다.

애플의 파워 컴퓨팅인수도 결국 라이선스정책의 철회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애플의 기술 제공 중단은 곧 그동안 애플 맥OS와 관련 설계의 라이선스로 제품을 만들어 팔던 호환업체들의 「사망」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또 이는 무엇보다 최대 호환업체인 파워 컴퓨팅의 거세를 겨냥한 것이기도 했다.

따라서 애플이 앞으로 독자적인 매킨토시 호환사업이 불가능해진 파워 컴퓨팅을 인수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애플은 파워 컴퓨팅의 인수를 통해 이 회사의 고객층을 그대로 흡수,일단 시장점유율을 넓혀 놓겠다는 계산이다.

그동안 파워 컴퓨팅은 전화나 인터넷을 통한 직판방식의 마케팅으로 매킨토시 호환시장에서 탄탄한 성장세를 유지해 왔다. 따라서 애플은 이 회사의 인수로 눈독을 들여 왔던 직판사업의 발판을 마련하는 효과도 거두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애플은 파워 컴퓨팅의 인수와 함께 라이선스정책의 철회를 선언한 직후 또다른 호환업체인 대만의 유맥스와는 라이선스 협정을 체결하는 이중성을 보임으로써 자신의 정책변화가 결국 파워 컴퓨팅을 겨냥한 것이었음을 입증했다.

애플이 유맥스에게 라이선스를 제공키로 한 것은 서로의 활동무대가 다르다는 이유 때문. 즉 파워 컴퓨팅이 자신과 비슷한 성능으로 같은 미국시장에서 점유율 경쟁을 벌여야 했던 데 비해 대만을 거점으로 하는 유맥스는 저가 제품이 주력인 데다 그동안 취약했던 아시아지역,특히 중국의 매킨토시시장을 개척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호환정책에서 파워 컴퓨팅을 제물로 애플은 또다른 돌파구를 찾았다고 볼수 있다.

아무튼 매킨토시 최대 호환업체를 인수하고 사실상 매킨토시 라이선스 제공을 거부한 애플이 이제 어떻게 새로운 모습으로 고객들의 신뢰를 회복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구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