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 필립스, 러시아 모니터시장 공략

(모스크바=강혜련 통신원) 모니터 생산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두 번째의 시장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는 네털란드의 필립스사가 러시아시장에서 적극적인 공략을 시도하고 있다.

그 선봉에는 러시아의 필립스 판매대행사인 「마렉스」가 있다. 마렉스는 러시아에서 3년이상 세계 유수 회사들(휴렛패커드, 엡슨, 엘사, 체리, 필립스, 소니, 파나소닉, 유맥스, US로보틱스 등)의 컴퓨터 관련 제품들을 판매해온 회사로 특히 모니터 분야를 전문으로 한다. 마렉스는 모스크바에 100개 이상, 러시아 각 지역에 60개 이상의 회사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중견 컴퓨터 공급업체이다.

필립스의 일차적 목표는 세계시장에서의 위치를 러시아에서도 되찾는다는 것이다. 필립스의 비지니스 전자 부문의 담당자인 레이텐은 『우리는 러시아 시장에 지각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서도 전세계 시장에서와 마찬가지로 두번째의 위치를 먼저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일단 두번째의 위치를 먼저 찾고 나서 정상의 자리를 넘본다는 계획이다.

필립스는 대만, 브라질, 멕시코, 헝가리, 이탈리아, 중국의 공장들에서 연간 6백 40만대의 모니터를 생산한다. 러시아에 공급되는 필립스의 모니터는 이탈리아공장과 중국공장, 그리고 작년에 문을 연 헝가리공장 등에서 생산된다. 필립스가 러시아 시장공략에 이용할 주요한 제품은 전문가와 일반이용자 모두를 겨냥한 모니터 「브릴리언스」 시리즈이다. 필립스의 모델 105, 107 및 201CS는 보다 높은 선명도를 갖는 직사각형의 화면, 스테레오 동학 및 마이크로폰, 컴퓨터를 통해 설치되는 다양한 기기들을 구비하고 있다. 이 모델들은 모두 환경 기준인 TCO-95에 합치되며 절약형 모델이기도 하다.

필립스의 러시아 시장공략은 무엇보다도 이미 러시아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한국 및 일본산 모니터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마렉스의 사장 드미뜨리 빠르페노프氏는 『오늘날 러시아 시장에는 한국 및 일본 상표의 모니터가 널리 퍼져 있고, 유럽회사들은 아직 수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필립스는 우리의 시장에 출시된 가장 상위의 유럽 모니터 생산업체』라고 설명한다. 필립스의 러시아 모니터 시장진출이 본격화되면 특히 러시아 모니터시장의 40% 정도를 잠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삼성전자와의 격돌은 불가피하다.

마렉스측은 시장공략을 위해 필립스사의 지명도를 적극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필립스라는 상표 자체가 이미 가장 훌륭한 홍보효과를 갖는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한국회사의 모니터에 비해 필립스의 모니터는 가격과 서비스의 측면에서 강점을 갖는다고 주장한다. 필립스사는 거래액의 3%를 광고에 투자할 방침이다. 그리고 마렉스의 기반을 이용해 서비스센터를 설치할 예정인데 이미 7월에 모스크바에 서비스 센터가 문을 열었다.

현재 러시아에서 컴퓨터산업은 성장산업이다. 아직까지 러시아인들이 고가의 컴퓨터를 구입할 정도로 실질적인 구매능력이 높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컴퓨터는 이미 러시아인들의 일상생활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특히 자동차를 비롯하여 기계를 직접 만지고 조작하는 데 익숙한 러시아인들의 생활습관은 컴퓨터를 비롯한 첨단기기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러시아 청소년들이 갖고 싶은 품목 가운데 컴퓨터가 자동차와 수위를 다투고 있다는 점에서도 나타나듯이 컴퓨터의 잠재적 수요는 가히 폭발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드웨어의 중요한 구성요소인 모니터를 두고 세계적인 회사들이 러시아 시장에서 벌이는 전쟁은 비단 오늘만이 아닌 내일의 러시아 컴퓨터시장 점령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이미 러시아 모니터 시장을 절반정도 차지한 삼성전자를 위시해 한국 모니터 생산업체들, 더 나아가 컴퓨터 생산업체들의 분발이 촉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