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241)

김창규 박사.

우리나라 컴퓨터 프로그램의 권위자. 특히 통신용 프로그램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독보적인 존재.

김지호 실장은 김창규 박사를 잘 알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자체 개발한 전전자교환기 개발당시 발휘된 그의 능력은 아주 뛰어났었다. 비록 하드웨어는 외국 교환기의 기본구조를 활용하긴 했지만 그가 참여한 호처리 프로그램과 운용프로그램에 관한 한은 독창적이었으며, 세계 어느 나라의 교환기 프로그램보다 월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터였다.

『김 박사, 대충은 알고 있겠지만 자동절체시스템 A 사이드와 B 사이드에 동시에 장애가 발생했소. 광화문 네거리 1호 맨홀의 화재와 동시에 시스템이 다운되어 버렸소.』

절체코드.

길게길게 늘여진 절체코드 사이를 조심스럽게 지나며 김지호 실장은 늘상 그렇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김창규 박사에게 이야기를 계속했다.

『하드웨어는 이상이 없는 것 같소. 데이터를 입력시킬 때에는 이상이 없다가 운용프로그램이 돌아갈 때 장애가 발생하고 있소. 이 때문에 사고회선의 자동절체가 이루어지지 않아 전국의 통신망에 장애가 걸렸고, 30만 회선을 모두 수동절체 한 것이오.』

『고생하셨소. 시스템만 정상이었으면 즉각 자동절체가 가능했을텐데.』

『그렇소. 하지만 자동절체시스템만 장애가 발생한 것이 아니었소. 1호 맨홀의 화재 이외에도 1호 위성과 2호 위성의 자세가 흐트러져 위성통신망이 두절되었고, 동대문 지점의 시외교환기에도 장애가 발생했소. 그것도 같은 시각이었소.』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안좋았던 것 같소.』

『김 박사, 강 과장한테 이야기는 전해 들었겠지만 자동절체시스템에 외부에서 바이러스가 침투했다고 하는데, 있을 수 있는 상황입니까?』

『트로이의 목마 바이러스는 자동절체시스템으로 침투할 수가 없소. 김 실장도 잘 알고 있겠지만 신호방식도 다르고, 프로그램의 구조도 달라 외부에서 바이러스의 침투는 불가능해요.』

『지금 강 과장이 데이터를 검토하고 있으니까, 확인해 봅시다.』

김지호 실장은 고개를 끄덕이는 김창규 박사를 자동절체시스템 쪽으로 안내했다.

강 과장이 바쁘게 데이터를 점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