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244)

컴퓨터 바이러스.

누군가에 의한 고의적인 프로그램의 변형.

컴퓨터 바이러스는 컴퓨터에서 실행되는 프로그램의 일종으로 정상적인 프로그램들과는 달리 운용자의 의도를 따르지 않고 컴퓨터 운용에 관여하는 프로그램이다.

운용자 몰래 침투한 바이러스 프로그램은 자신의 프로그램을 기존의 프로그램에 복사토록 하는 명령어를 수행한다. 바이러스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생물학적인 바이러스가 자신을 복제하는 유전인자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컴퓨터 바이러스도 자신을 복사하는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컴퓨터 바이러스는 자기복사 능력 이외에도 실제 바이러스와 비슷한 부작용을 일으킨다. 인체에 해로운 바이러스가 인체 내에서 증식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각종 질병을 일으키듯이 컴퓨터 바이러스도 기존 프로그램에 영향을 끼쳐 시스템 운용을 방해하고, 기존 데이터를 손상시키게 되는 것이다.

컴퓨터 바이러스가 운용자들에게 가장 부담을 주는 것은 운용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프로그램이 운용된다는 것이다. 누군가에 의해, 그것이 악의적이든 장난이든 간에 고의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정상적인 프로그램에 임의로 복사되어 운용되는 프로그램. 좀더 구체적으로 표현한다면 컴퓨터 바이러스는 기존 프로그램에 임의의 프로그램을 변형하여 추가로 수행하게 하는 명령어들의 조합이다. 프로그램 변형이란 컴퓨터 바이러스 자체가 그대로 다른 곳에 복사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 일부를 변형시켜 다른 곳으로 복사되는 것을 말한다.

『강 과장, 아까 출력시킨 데이터 보여드리지.』

『네, 알겠습니다.』

강 과장은 김지호 실장에게도 보여 주었던 바이러스 파일의 내용을 김창규 박사에게 건네주었다.

아가멤논, 메넬라오스, 아킬레스, 헥토스, 파리스, 멤논 등 「일리아스」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었다.

『김 박사님, 처음 바이러스가 출현한 화면은 출력시키지 못했습니다만, 아킬레스에 관련된 내용이었습니다.』

『아킬레스?』

『그렇습니다. 「아킬레스를 죽인 것은 독수리였다」라는 메시지가 화면에 떴었습니다.』

『아킬레스를 죽인 것은 독수리?』

김지호 실장이 말을 이었다.

『아킬레스를 죽인 것은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의 화살이었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