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네트워크 세계여행 (25);56kbps

PC통신, 인터넷의 대중화에 힘입어 전성기를 맞고 있는 분야는 단연 네트워크다. 그 가운데 원거리통신망(WAN)의 한 형태인 원격지접속(리모트액세스)은 기업은 물론 각 개인에게까지 편리한 통신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56kbps급 통신회선은 누구나 쉽게 고속통신을 즐길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별다른 장비나 기술이 필요하지 않고 시중에서 판매하는 56kbps급 모뎀을 개인의 PC에 장착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반인이 전화선(PSTN)을 통해 접할 수 있었던 통신의 최고속도는 33.6kbps. PSTN으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속도의 한계치는 35kbps라는 「샤논의 법칙(Shannon’s Law)」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이 제한이 무너졌다. 56kbps의 데이터 전송속도를 제공하는 새로운 기술과 프로토콜이 기세를 떨치고 있기 때문이다.

PSTN의 전송속도 한계를 뛰어넘게 한 기술은 최근 표준화문제로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는 US로보틱스의 x2와 록웰세미컨덕터, 루슨트테크놀로지 진영의 K56플렉스.

양자는 엄밀히 말해 제품의 이름이기보다는 일종의 프로토콜이다. x2와 K56플렉스가 개발되기 전까지 PSTN 상에서 데이터를 나르는 역할은 V.34 프로토콜이 수행했다. 그러나 이 프로토콜은 PSTN 상에서 33.6kbps의 전송속도를 벗어나지 못하는 생태적 한계를 안고 있다.

V.34는 「사용자와 사용자간」 연결을 목적으로 개발된 프로토콜로 A로부터 발생하는 아날로그 데이터를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 PSTN 상에 보내며 B가 이를 수신할 때 디지털 데이터를 다시 아날로그 데이터로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B가 보낸 데이터를 A가 받는 과정도 이와 같다.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양자화소음(Quantization Noise). 양자화소음은 아날로그 데이터를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시킬 때 발생하는 대역폭 유실현상이다. 그러나 디지털 데이터가 아날로그 데이터로 바뀔 때 양자화소음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V.34를 통해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 속도가 제한되는 것은 바로 데이터가 아날로그형태에서 디지털형태로 변환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양자화소음 때문이다.

V.34 프로토콜이 개인과 개인을 연결하도록 제작돼 데이터의 아날로그/디지털 변환을 두번 수행하는 것에 비해 x2, K56플렉스 등 두 프로토콜은 이를 한번만 치르도록 설계됐다.

PC통신, 인터넷 접속은 개인과 개인을 접속시키는 것이 아니라 개인(아날로그)과 PC통신, 인터넷서버(디지털)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x2, K56플렉스의 데이터 수신속도(다운로드)는 56kbps까지 증가하게 된다.

반면 키보드를 두드려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데이터의 전송속도(업로드)는 33.6kbps밖에 나오지 않게 된다. V.34와 같이 데이터의 아날로그/디지털 변환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56kbps 전송속도를 구현하는 방식은 이처럼 x2와 K56플렉스가 동일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두 방식은 56kbps 전송속도 구현원리에서 큰 차이가 없다. 단지 몇가지 작은 기능의 차이만 있으며 x2가 US로보틱스의 단일기술인 데 반해 K56플렉스가 K56플러스(록웰)와 V.플렉스(루슨트)의 결합이라는 점만 다르다.

현재 US로보틱스와 록웰세미컨덕터, 루슨트테크놀로지 진영은 표준화문제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