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불법 복제돼 시중에 유통된 음반으로 인해 세계 음반업계가 입은 피해 금액이 총 50억달러로 집계되는 등 불법 복제로 인한 폐해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제 음반산업연합회(IFPI)는 지난 한해 불법 복제, 유통된 콤팩트디스크(CD), 카세트 테이프 등으로 세계 음반업계가 입은 손해액이 95년에 비해 6% 늘어난 50억달러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세계 음반시장 규모가 4백억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불법 복제로 인한 업체들의 피해는 충분히 짐작할 만하다.
업계에서는 음반 3장당 1장이 법을 어긴 채 복제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불법 음반은 정품에 비해 훨씬 싼 가격으로 판매돼 업체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그러나 이제는 그 정도를 넘어 음반 유통시장의 붕괴를 가져올 만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불법 복제는 지역적으로도 확산되는 양상을 보여 그동안 불법 복제 천국으로 알려진 중국에서부터 홍콩 마카오 대만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전역과 이스라엘과 체코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특히 CD의 불법 복제는 상당히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카세트 테이프의 경우 규모는 크지만 95년에 비해 다소 감소, 96년 한햇동안 15억개가 불법으로 복제, 유통됐다. 이에 반해 CD의 불법 복제는 전년에 비해 무려 25%나 늘어난 3억5천만개로, 향후 CD의 불법 복제가 크게 늘어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90년대 초 CD가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제작장비 가격이 높아 제작단가가 비싼 등 복제가 힘들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최근들어 장비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복제가 크게 늘고 있다. 더욱이 제작장비의 크기가 작아지고 휴대형 제작장비까지 등장, 복제의 수고를 덜어주고 있다.
IFPI는 각국 정부의 협조를 얻어 음반 불법 복제의 발본색원을 요구하는 한편 눈에 보이지 않는 코드를 담아 복제를 차단하는 등 제도적, 기술적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업계 스스로도 이같은 노력이 실효를 거둘 수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허의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