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5주년특집] 인터넷과 전자산업.. 서비스 부문

『인터넷을 빼고 통신서비스를 말할 수 없다.』

불과 몇 년전만 해도 정보통신인에게조차 생소하기만 했던 인터넷이란 단어는 이제 가장 중요하면서도 보편적인 통신서비스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한국전산원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말 현재 국내 도메인 수는 5천8백32개. 지난해 말 2천6백64개보다 두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인터넷에 연결된 호스트의 수도 95년말 3만6천6백44개에서 96년말에는 7만3천1백91개로 늘어났으며 지난달 말에는 11만2천3백3개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인터넷 이용자의 수도 1백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처럼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는 인터넷은 최근 단순한 통신수단으로서의 역할에 안주하지 않고 전화나 TV 같은 새로운 미디어로 진화하고 있다. 또 응용분야도 경제, 교육, 의료, 예술 등 사회 전분야로 확산돼 가고있는 추세다. 이처럼 정보사회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인터넷 돌풍을 타고 새롭게 부상한 산업이 바로 인터넷접속서비스다.

교육망, 연구망, 공공인터넷망 등 교육 연구분야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운영됐던 인터넷의 상용서비스가 허용됨에 따라 94년 한국통신을 시작으로 상용 ISP(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가 등장했다. 현재 상용 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업체는 데이콤, 아이네트, 현대정보기술, 한솔텔레컴 등 13개. 학술연구 등 공공목적의 인터넷서비스 제공자도 한국전산원 3개에 이르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달부터는 인터넷 기반의 PC통신 서비스를 표방하며 SK텔레콤이 「넷츠고」 시범서비스를 시작했고 LG인터넷도 올해 안에 그룹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시범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또 삼성SDS는 미국 AT&T와 인터넷서비스 제공계약을 체결, 지난 7월부터 국내 고급이용자들을 대상으로 별도의 인터넷 서비스 제공에 들어갔다.

이밖에 대형 네트워크서비스제공업체(NSP)들에게 인터넷 국제회선 등을 임대해 특정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접속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소 ISP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

인터넷 이용자의 증가에 따라 인터넷서비스의 시장규모도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지난 95년 3백44억원의 시장을 형성하는데 그쳤던 인터넷 접속서비스 시장은 96년 약 7백5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올해는 약 1천5백억원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제공서비스의 종류도 다양해져서 단순한 접속서비스제공에서 탈피, 주문형뉴스, 인터넷 구축대행, 웹호스팅, 네트워크 구축, 온라인콘텐츠 서비스, 인터넷팩스, 인터넷폰 등으로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특히 인터넷폰과 가상사설망(VPN) 서비스 등은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신규통신서비스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음성데이터를 인터넷을 통해 전송하는 인터넷폰은 먼거리와 가까운 거리를 구분해 요금이 매겨져 왔던 통신요금 구조에 커다란 지각변동을 가져올 전망이다. 또 기업의 사설교환기와 연동시켜 마치 키폰처럼 해외의 지사를 호출할 수도 있고 서버에 간단한 기능만 추가시키면 메시지 저장이나 재전송 등도 가능하다.

또 최근에는 팩스서비스와 결합, 고객지원 등 다양한 분야로의 활용이 모색되고 있으며 화상정보를 함께 지원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비디오폰으로 발전하고 있는 추세다. 웹환경에서 필요한 정보를 보다가 바로 전화로 연결해 실무자와 통화를 하고 도중에 문서와 이미지 등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용자별로 사용통계를 내거나 누가 누구에게 어떤 전화를 했는지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이같은 다양한 활용가능성 때문에 벌써부터 인터넷폰과 팩스가 전자상거래 시대의 핵심 서비스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인터넷폰을 별정통신사업으로 허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됨에 따라 그동안 물밑에서만 준비작업을 추진해왔던 아이네트, 현대정보기술, 한솔텔레컴 등 인터넷서비스업체(ISP)들은 물론 한국통신, 데이콤, 온세통신 등 국제전화사업자들도 본격적인 서비스 준비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인터넷폰 서비스 준비가 본격화됨에 따라 조만간 인터넷폰을 이용한 콜센터, 새로운 방식의 수신자부담 서비스, 화상회의 등 인터넷을 이용한 다양한 서비스가 속속 등장할 전망이다.

인터넷망을 마치 기업의 사설망처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가상사설망 서비스도 주목받는 서비스중 하나.

일정한 회선품질을 보장해주기 때문에 저렴한 비용의 인터넷망을 이용하면서도 화상회의, 인터넷폰, 전자결재 등 다양한 서비스를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다.

인터넷의 확산에 힘입어 ISP와 함께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또 하나의 분야는 바로 콘텐츠제공사업이다. 단순한 텍스트 정보(Plain text)에만 한정됐던 콘텐츠의 범위는 인터넷의 보급으로 하이퍼텍스트, 이미지, 동영상, 음성 등 멀티미디어 정보의 제공을 가능하게 했다. 또 서비스제공 방식도 푸시기술을 이용해 미리 지정해 놓은 특정 정보만을 제공해 주거나 에이전트기술을 이용, 특정 조건에 맞는 정보만을 골라 가공해 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텍스트 방식의 서비스만을 제공해 오던 정보제공업체(IP)들은 인터넷의 확산에 대비, 기존정보를 멀티미디어화하는 한편 인터넷 환경에 맞는 새로운 콘텐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또 방송과 영상매체, 엔터테인먼트 업체 등 그동안 정보제공에 관심을 갖지 않았던 분야의 기업들이 새로운 콘텐츠 제공업체(CP)로 급부상하고 있다.

ISP와 CP가 새로운 사업자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PC통신, 데이콤, 나우콤, 삼성SDS, SK텔레콤 등 PC통신 업체들도 인터넷 시대에 대비한 준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동안 X.25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제공해 오던 자체 통신망을 TCP/IP기반으로 개편하는 한편 56kbps급 서비스 등 멀티미터어 시대에 대비한 고속화 작업도 서두르고 있다. 또 전용에뮬레이터를 인터넷 브라우저와 통합, 인터넷과 기존 PC통신 서비스와의 영역을 허물어가고 있다.

PC통신서비스 업체들은 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단계적으로 웹화하는 동시에 이를 유료화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최근 데이콤이 다음달부터 토익, 증권정보 등 일부 웹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하기로 한 데 이어 다른 업체들도 올해 안에 인터넷을 통한 유료 데이터베이스 서비스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인터넷서비스를 TV, 휴대폰, 무선호출기, 무선데이터통신 단말기, 개인휴대단말기(PDA)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지원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한국통신, 데이콤, 한국PC통신, 삼성SDS, SK텔레콤 등 인터넷서비스업체들은 그동안 인터넷을 통해서만 제공해 오던 정보를 다양한 매체와 연동해 제공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온라인만을 통한 서비스는 한계가 있는 데다 정보제공 매체를 다양화함으로써 서비스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전자우편이 도착하면 그 사실을 호출기로 알려주기도 하고 인터넷상에 있는 콘텐츠를 무선호출기나 전화 등을 통해 제공받을 수 있는 매체변환서비스도 추진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TV방송의 남는 대역폭을 이용해 공중파 방송과 함께 다양한 문자서비스를 제공하는 브로드캐스트 또는 인터캐스트 서비스도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이외에 위성이나 다중디지털가입자회선(xDSL), 케이블 모뎀 등을 이용한 고속인터넷 서비스도 점차 본격화하고 있어 인터넷의 활용범위와 내용을 보다 풍부하게 할 전망이다.

이제 인터넷은 더 이상 통신서비스의 한 종류가 아니다. 인터넷이 기존 통신서비스와 융합함으로써 기존 서비스의 영역을 확대함은 물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분간 통신서비스 업계의 이슈는 어떻게 「인터넷」이란 무한자원을 잘 활용하느냐가 될 전망이다. 인터넷을 외면하고는 어떤 서비스도 오래가기 어려운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장윤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