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250)

『그래, 화재가 발생한 1호 맨홀에 물 빠지고 열기가 식으면 다시 연락주게. 이곳 통제실은 어느 정도 정리됐으니까 내가 참석할 수 있을 거야.』

『알겠습니다.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김 대리, 주변의 통신상황은 어떤가? 아직 공중전화 살리지 못했지?』

『1호 맨홀에 수용되어 있는 일반가입자는 모두 불통입니다. 일동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의 온라인도 아직 두절되어 있습니다. 공중전화는 서대문지점에서 회선을 연결하여 임시로 살리고 있는 중입니다. 공중전화는 곧 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은행의 온라인 회선과 일반가입자 회선은 맨홀 속의 통신케이블 복구작업이 끝나야 살아나겠지?』

『그렇습니다. 맨홀 속에서 회선 하나하나를 직접 연결해야 하는 작업으로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습니다.』

『알았네. 계속 수고하게.』

한곳에 머물러 있는 정보는 정보로서의 가치를 부여받지 못한다. 정보를 필요한 곳으로 전달해주는 매체가 바로 통신이다. 통신은 정보의 천이(遷移)를 통하여 정보에 가치를 부여한다.

통신행위는 인간이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순간부터 이루어져 왔다. 빛과 소리를 통해 인간의 기본적인 통신욕구를 충족시켜 왔고, 부호와 문자, 봉화 등을 통하여 통신을 수행해 오다가 전기를 통신에 활용함으로써 급속한 발전을 이루어 오게 되었다.

전기를 이용한 통신망.

하지만 전기를 이용한 통신망은 늘 고장의 여지를 가지고 있었다. 수많은 장치를 거쳐야 통신망이 연결되기 때문이다. 유선이든 무선이든, 지상이든 지하든 어떠한 형태로 운용되든지 고장요인으로부터 완벽하게 벗어날 수가 없다.

또한 고장방지를 위한 완벽한 통신망을 구축하기 위해 수많은 경비를 투자할 수도 없다. 기본적으로 이중화시켜 늘 발생할 수 있는 고장을 대비하고 있지만, 완벽한 고장방지를 위해 무한적인 경비를 투입시킬 수는 없는 것이다. 때문에 신속한 고장처리 시스템을 구축하여 늘 고장요인에 노출되어 있는 통신망의 안정운용을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통신망의 고장처리 능력. 이제 통신기술의 척도는 고장발생시 얼마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고장을 처리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을 그 척도로 삼고 있다. 시설수나 시스템의 용량도 중요하지만, 고장발생시 얼마나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그 나라의 통신기술 능력으로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