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254)

프로메테우스의 독수리.

출력된 독수리 모습을 보면서 김지호 실장은 프로메테우스의 간을 헤집는 독수리의 형상이 좀더 구체적으로 떠올랐다. 그 독수리의 형상이 좀더 확연히 떠올랐다. 김지호 실장 자신의 간을 헤집는 듯한 느낌으로 다가들었다.

김지호 실장은 송수화기를 들고 전화기의 버튼을 눌렀다. 은옥. 위성의 자세가 틀어졌을 때 단 한 번에 자세를 바로잡을 수 있었던 것도 느낌이었다. 기술이나 경험이 아니었다. 스텝 바이 링크를 통한 느낌이었을 뿐이었다.

『여보세요?』

은옥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들려왔다.

『아, 내요. 통제실이오.』

『예, 저예요.』

『지금 위성상태는 어떻소.』

『1호 위성과 2호 위성 모두 정상적으로 운용되고 있습니다. 통신망도 다 정상적이고, 위성에 걸려 있는 특수회선도 다 정상적으로 운용되고 있어요.』

『알겠소. 헌데, 당신이 아까 이야기한 독수리에 대하여 좀더 이야기해주시오.』

『독수리요?』

『그렇소. 위성 제조당시에 교체되었다는 칩에 그려져 있었다던 독수리 말이오.』

『그 독수리가 왜요?』

『그 독수리의 모양이 어땠소?』

『독수리 모양이요?』

『그래요, 그 독수리의 모양이 어떻게 생겼소?』

『당신,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메테우스 알지요? 그 프로메테우스의 간을 파먹는 독수리의 형상이었어요.』

『프로메테우스?』

『그래요. 긴 날개에 부릅 뜬 눈. 긴 발톱의 독수리였어요. 프로메테우스의 간을 파먹는 그림의 독수리였어요. 분명히 기억해요.』

『혹시 그 칩의 고유번호 기억할 수 있소?』

『그걸 어떻게 기억해요? 하지만 찾을 수는 있을 거예요.』

『그러면 그 칩의 고유번호 좀 찾아주시오.』

『갑자기 그 칩은 왜 그래요?』

『장애상태의 자동절체시스템에서 독수리가 그려져 있는 칩이 하나 발견되었소. 같은 칩인지 확인해 보고 싶어서 그렇소.』

『고장난 자동절체시스템에서 독수리가 새겨진 칩이 발견되었다고요?』

『그렇소. 그 칩 때문에 고장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한번 확인해보고 싶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