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 128MD램 98년 하반기 시장진입

D램 시장의 「대타」 1백28MD램의 프로필이 서서히 공개되고 있다.

현재 대타 기용을 결정한 업체는 한국의 삼성전자와 현대전자, 일본의 후지쯔, 히타치제작소, 미쓰비시전기, NEC, 오키전기공업, 도시바, 미국의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 등 총 9개사로, 이들의 양산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1백28MD램은 이르면 내년 중반 이후 시장에서 자리를 잡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주요 D램업체들이 64MD램의 후속은 2백56MD램이라는 통설을 뒤집고 중간단계 제품인 1백28MD램 생산을 추진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역시 D램의 주요 수요처인 컴퓨터업체들의 강한 입김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 IBM과 인텔 등을 중심으로 하는 D램 주요 고객들은 지금도 1백28MD램의 제품화를 세계 D램업체들을 대상으로 타진하고 있다.

사실 1백28MD램의 제품화는 D램업체들에게는 4배 증가를 전제로 해온 D램의 개발, 생산체제를 수정해야 하는 부담이 발생한다. 그러나 현 기술의 연장선상에서 2백56MD램을 제작할 때 최초 제품의 경우 주요 수요처인 컴퓨터업체들이 요구하는 크기를 실현하는 게 불가능하다. 이같은 상황이 컴퓨터업체들과 당사자인 D램업체들이 궁여지책으로 핀치히터 기용을 고려하게 된 배경인 것이다.

4배가 아닌 2배 증가의 차세대 D램을 출시하려던 움직임은 이전에도 있었다. 16MD램과 64MD램의 중간제품인 32MD램을 16MD램의 후속 제품으로 개발한다는 전략을 반도체업체들이 검토했었던 것이다. 그러나 결국 제품화는 계획단계에서 무산됐다. 그 결정적인 이유는 역시 사업성 때문이었다. 32MD램이 논의될 당시에는 16MD램 연장선상의 기술로 칩 면적의 확대없이 제품화가 가능했었다.

그러나 64MD램의 차세대 제품으로 확실시돼온 2백56MD램의 경우에는 64MD램 연장선상의 기술을 사용할 경우 칩 면적이 너무 커져 버린다. 64MD램의 최초 칩 면적은 기존 16MD램과 같은 1백80㎟였으나 2백56MD램의 최초 칩 크기는 2백50㎟다.

칩 크기가 확대되면 사업화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위험이 있다. 칩면적이 크면 수율이 떨어질 뿐 아니라 13㎜ 폭의 패키지를 새롭게 제작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13㎜란 「JEDEC(Joint Electron Device Engineering Council)」이 2백56M 싱크로너스 D램의 제1세대 제품으로 표준규격을 결정한 66핀의 「TSOP(Thin Small Outline Package)」형 패키지 폭을 말한다. 수율 하락과 새 패키지의 제작은 2백56MD램의 제조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2백56MD램 시장형성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임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최초 단계의 2백56MD램 제조기술을 활용하지 않으면 이 제조기술용 생산설비는 제대로 사용되지 않은 채 감가상각만을 초래하게 된다. 이같은 상황도 반도체업체들이 1백28MD램 생산을 감행하게 된 한 요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1백28MD램은 현재 개발된 기술로 칩의 크기를 1백40㎟까지 줄일 수 있다. 이 정도의 크기면 64MD램과 마찬가지로 폭 4백mil(10.16mm) 패키지를 이용할 수 있어 사용자들에게 적정가격과 사용의 편리성을 동시에 제시할 수 있다. 또 제조기술의 안정성이 높아 빠른 양산화가 가능하다는 점도 큰 매력 중 하나다.

현재 발표된 1백28MD램의 사양을 살펴보면 동작주파수 등 기본사양이 64MD램과 거의 비슷하다. 따라서 1백28MD램은 기본적으로 2배의 용량을 가진 64MD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소비전력은 64MD램의 1.5배 정도로 다소 높지만 입력용량은 64MD램과 똑같이 책정해 놓은 업체가 대부분이다. 단지 히타치제작소만이 64MD램 두 개를 1개 패키지로 묶어 놓아 소비전력과 입력용량 모두가 64MD램의 약 2배다. 전원전압도 모든 업체들이 64MD램과 같은 +3.3V로 책정해 놓고 있다. 따라서 전원전압 +2.5V로의 이행은 2백56MD램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최초 출하가격은 대부분의 업체들이 아직 정해 놓지 않은 상태지만 64MD램 가격의 2배에서 3배 사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TI의 경우만 2배 미만 가격을 설정해 관심을 끌고 있다. 출하시기는 가장 빠른 업체가 샘플출하 내년 1, 4분기, 양산출하 내년 2, 4분기로 잡고 있으나 대부분의 업체들이 내년 말에나 본격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표준화작업도 JEDEC에서 본격 논의되고 있어 1백28MD램은 올해 안에 업계표준규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1백28MD램의 채용은 지금까지 차세대 제품을 최초로 사용해 온 유닉스 워크스테이션에서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유닉스 워크스테이션업체는 기본적으로 메모리 가격보다 성능에 더 큰 관심을 표명한다. 따라서 비트단가가 64MD램보다 높은 1백28MD램 초기제품의 경우도 큰 이변이 없는 한 채용할 것이 분명하다.

4배수 증가에서 2배수 증가라는 새로운 패턴을 창출하는 1백28MD램. 현재 발표된 주요 업체들의 생산일정을 분석해 보면 1백28MD램은 내년 중반부터 99년 중반에 걸쳐 샘플출하와 양산이 본격화돼 2백56MD램이 등장하는 2001년 후반에서 2002년 초까지 D램 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1백28MD램은 그 특수성만큼이나 많은 변수를 안고 있어 D램 시황을 복잡하게 꼬아 놓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심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