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21세기 정보사회의 유권자

박찬호가 던지는 시속 1백50㎞보다도 더 빠르고 변화무쌍한 정보사회.

특출한 창의성을 지닌 빌 게이츠나 스필버그 같은 한 사람이 단순노동자 1백만이나 2백만명이 생산하는 총부가가치보다 더 많은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바로 두뇌생산성의 사회가 정보사회다.

정보사회에서 국가간의 우열은 더 이상 영토의 크기나 무력의 강도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정보통신 등에서 창출되는 고부가가치에 의해서 판가름난다. 21세기에 생존하기 위한 새로운 가치가 바로 과학기술력이다.

지난달 18일 막을 내린 제15차 중국 전국대표자대회는 21세기를 앞둔 중국이 국가운영의 중심을 어디에 두고 있는가를 명확히 보여 주었다.

80년대 초부터 「과학기술이 제일의 생산력」이라는 기치 아래 과기흥국(科技興國) 노선을 구축해온 중국은 이번 대회에서 장쩌민 총서기를 비롯, 리펑, 주룽지, 웨이젠싱 등 이공계 출신의 전문 테크노크라트를 국가경영의 핵심에 배치, 21세기 최강국 진입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중국의 15차 대표자대회는 정보시대 거대중국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인 셈이다.

과학기술력, 지적재산권의 규모와 질로 판가름이 나고 있는 오늘날, 각국은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기술전문정치, 기술전문행정으로 관련체제와 정부구조를 신속히 바꿔 나가고 있다.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백악관 직속의 국가과학기술회의(NSTC)를 중심으로 세계제일의 과학기술정책을 추진하는 미국과, 알프스의 암반 위에서 세계최고의 국가경쟁력을 일구어 낸 스위스 등은 과학기술 중심의 국가경영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정보화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의 주요 국가들이 21세기를 준비하고 있는 이때, 우리의 경제현실, 정치현실은 어떠한가. 한마디로 총체적 부도 직전에 있다. 기술력 부족으로 인한 경기침체, 미래를 이끌 비전의 기술정치는 실종되고 있다. 자동차 2만대의 수출이익이 보잉기 1대의 이익밖에 안 되는 사실에서 나라경제를 하늘로 날게 하는 고도 기술정치가 더욱 절실한 것이다.

정책집행의 중심인 정부고위직의 90%가 비기술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사실 자체가 과학기술 행정의 전문성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 경영자의 33%, 임원급의 55%를 이공계 출신으로 포진시켜 글로벌 경영에 나서고 있는 국내 10대 그룹이나, 기술관료가 정책의 핵심에 서 있는 중국과는 크나큰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제 우리는 경제의 어려움과 기술전문 정치의 공백 속에서도 21세기를 담당해야 하는 지도자의 출산을 앞두고 있다. 우리 유권자들이 어떤 지도자를 출산하는가에 따라 21세기는 우리에게 희망일 수도 있고 절망일 수도 있다.

미래형 지도자가 국가의 미래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준 경우가 바로 프랑스의 드골 대통령이다. 이미 1950년대에 해양자원과 원자력에너지, 항공우주산업의 육성을 3대 국가정책 과제로 정한 드골은 국방성의 예산안이나 소르본대학의 학제까지 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마련함으로써 결국 엑소세미사일, 초고속열차, 초음속 콩코드 기술, 세계제일의 원자력 기술을 확보해 오늘날 프랑스의 풍요를 불러온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가. 기아사태로 대변되는 경제위기 속에서도 정보사회의 미래지향형 창조적 구호보다는 산업사회의 현실지향형 관리적 구호를 내세우고 있는 우리 정치 현실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사회갈등 에너지를 사회협동 에너지로 승화시킬 태극(太極)대통령, 국민복지를 창조할 홍익(弘益)대통령, 새로운 정보산업을 창출할 벤처대통령, 창조적 인력양성을 촉진할 교육대통령, 국민건강, 환경철학을 실천할 환경대통령, 이같은 21세기 국가지도자를 우리 국민이 출산해야 한다. 따라서 21세기 정보사회 유권자는 현실지향형의 관리적 사고 같은 적자조건이 아닌 미래지향형의 창조적 사고, 즉 흑자조건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한국발명협회장,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