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산업 발달사에서 주요 개발 이슈의 하나로 끊임없이 제기돼온 것이 바로 대용량화다. 대용량화는 특히 확산되고 있는 멀티미디어화 경향을 반영하면서 최근 들어 그 필요성이 한층 부각되고 있다.
대용량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돼온 분야는 용량이 바로 기기 성능 기준의 하나가 되는 기록매체분야이다.
사회가 고도화되면서 한 개인이 이용하는 정보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이와 더불어 정보를 축적, 관리하는 이들 기록매체들의 용량확대가 불가피해졌다.
최근 급속히 부상하고 있는 DVD드라이브는 현 시점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대용량 기록매체이다. DVD는 내년 이후 PC 기록매체시장의 대표주자로 관련시장을 석권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올 정도로 급속히 제품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그러나 DVD의 앞길이 평탄한 것만은 아니다. 이미 읽기 전용인 DVD롬은 일부 고성능 데스크톱 PC 등에 채용되고 있는 상태지만, 기록이 가능한 DVD램은 용량 확대 문제와 개발업체간 불협화음으로 상용화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 때문에 본질적으로는 DVD와 유사하지만 기존에 발표된 DVD와는 규격이 다소 다른 별도 규격의 DVD 제창 업체들과 광자기디스크업체들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크게 부각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별도규격은 기존 DVD 포럼에서 탈퇴한 소니, 필립스, HP가 최근 발표한 「DVD플러스 리라이터블」. 이 규격의 특징은 단면 기록용량이 3.0GB로 2.6G인 기존 통일규격보다 크다는 점이다. 소니 등은 내년 초부터 상품화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또 최근 차세대 광디스크 통일규격으로 결정된 ASMO(어드밴스트 스토리지 마그네토 옵티컬)도 기록매체 분야 주도권 싸움에 본격 뛰어들고 있다. ASMO는 DVD램과 비교해 기록매체의 핵심 기준인 기록용량이 크게 앞선다. 현 규격만을 놓고 비교할 때 ASMO는 2시간 분량의 영상을 저장할 수 있으나 DVD램은 그 절반인 1시간분 정도에 불과하다. 또 앞으로의 대용량화 진행속도 또한 ASMO가 3년후 15GB급을 계획하고 있는데 반해 DVD램은 2년 후 4.7GB 실용화가 목표이다.
고쳐쓰기 가능 회수도 ASMO가 DVD램을 앞서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ASMO는 상용화 가능시기가 99년으로 DVD램에 비해 다소 늦고, 현 단계에서는 제조비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한편 효용성은 다소 줄어들었으나 아직도 기록매체의 필수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FDD)도 대용량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분야이다. 차세대 대용량 FDD로 현재 경합을 벌이고 있는 제품은 집드라이브와 LS-120, UMC 등이다.
집드라이브는 디스크 한장에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이 기존 FD(플로피디스크)의 약 70배인 1백MB이며, LS-120은 1백20MB, UMC는 1백30MB이다.
현재 집드라이브가 가장 높은 인지도를 보이고 있으나 기존 FDD와 호환성이 없다는 것이 약점이다. 또 UHC는 용량도 가장 크고 호환성도 있지만 제품화가 늦어지고 있어 상용화 가능성이 미지수로 남아있다.
반면 LS-120은 기존 FDD와 호환성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상용화 가능시기도 비교적 빨라 유력한 차세대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HDD(하드 디스크 드라이브)분야에서도 대용량화 추세는 예외가 아니다. 특히 최근들어서는 용량 증가속도가 한층 빨라져 HDD기록밀도를 2배로 증가시키는데 걸리는 기간이 지금까지의 통상 1년 6개월에서 1년으로 6개월이나 단축됐다.
현재 실용화된 제품 가운데 가장 높은 기록밀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IBM의 2.5인치형 제품으로 2.64GB/인치제곱의 기록밀도를 보유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앞으로 기록밀도 증가율이 현재 추세대로 증가할 경우 2천1년에는 10GB/인치제곱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기록매체의 대용량화와 더불어 기록된 정보의 전달 통로가 되는 통신망의 대용량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가장 널리 이용되는 통신망은 광섬유 한가닥으로 대량의 정보를 전달하는 광통신으로 용량 1G급이 보편화돼 있다. 이는 66년 카오박사가 광섬유을 개발한 이후 20년동안 1가닥의 전송용량이 무려 1천배나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이같은 광통신망의 대용량화는 최근들어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테라비트급 이상의 광통신 기술도 조만간 실용화될 것이 분명하다.
<심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