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컴퓨터를 내장한 미니스커트, 승객들에 관한 데이터를 받을 수 있는 비행기 승무원복, 신시사이저를 연주하는 진 재킷…….」
바로 머지 않아 거리에서 볼 수 있는 사이버패션(컴퓨터 의상)들이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컴퓨터기술은 손바닥만한 크기의 컴퓨터에서 나아가 아예 컴퓨터를 옷의 형태로 착용할 수 있는 단계까지 가능하도록 만들어 놓았다.
단순히 소형컴퓨터를 몸에 부착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 요소들을 의류와 결합시켜 그 자체를 옷의 일부분으로 만들어서 입고 다니는 것이다.
지난 15일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미디어연구소에 있는 사이버패션 선구자들은 이른바 「컴퓨터 패션쇼」를 개최,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학술연구와 패션쇼가 함께 개최된 이 행사에서는 컴퓨터 과학자들과 의류업체 간부들이 모여 이 새로운 개념의 컴퓨터의상과 이의 상용화 가능성을 타진해 보았다.
세계 유명 패션디자이너와 의류업체, 그리고 미디어연구소를 후원하고 있는 나이키, 리바이스, 스와치시계 등이 참석한 이 패션쇼에서는 신시사이저를 원단에 짜넣은 진 재킷, 착용자의 말을 외국어로 번역하는 제복, 음악을 작동시키는 센서가 무늬처럼 짜여진 원피스 등 전혀 새로운 개념의 패션들이 선을 보였다.
미디어연구소측은 이렇게 몸에 착용할 수 있는 컴퓨터들이 시험단계를 거쳐 앞으로 5년 이내에 로마나 도쿄,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세계 유명 패션거리에서 활보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이러한 사이버패션을 가능케 하는 것은 다양한 컴퓨터 기술들의 결합이다. 어느 곳에서나 무선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하는 디지털 셀룰러 폰, 휴대형 컴퓨터의 무게를 줄여주는 리튬전지 등이 사이버패션의 한 부분을 담당하는 것들이다.
안경 테두리에 장착한 소형 디스플레이 기술도 급속히 향상됐다.
또 일부 의상에서는 시스템간에 저전압 신호를 전송하기 위해 특수 전도성 실을 사용했다.
미디어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9V 배터리를 내장한 소형 컴퓨터와 연결할 수 있도록 블루진 재킷에 짜넣은 「패브릭 키보드」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번 패션쇼를 총감독한 미디어연구소의 앨릭스 페틀랜드 교수는 『사이버패션을 실현하는 데 걸렸던 장애물들이 거의 제거됐다』며, 기술의 성과를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의상의 가격은 아직 너무 비싸다. 벨트에 내장된 소형 중앙처리장치(CPU)와 셀룰러 모뎀, 핸드헬드형 마우스와 키보드세트, 그리고 초소형 모니터를 기본으로 갖춘 의상 한 벌에 2천5백∼4천 달러 정도 나가 일반에 보급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러한 컴퓨터의상은 일반 디자이너가 만든 의상보다 디자인면에서 덜 세련되고 일반인들이 쉽게 소화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미디어연구소에 있는 디자이너들은 새로운 패션미학을 추구하고 있다.
페틀랜드 교수는 『사람들은 항상 스스로를 더욱 강하게 만드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매력이라고 생각해 왔다』고 말하고, 이번에 발표한 사이버패션들이 그러한 매력을 현실적으로 구현시켜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패션쇼에서 공개된 컴퓨터의상에 이어 조만간 전도성 실을 이용해 회로를 옷감에 짜넣은 의상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구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