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기술변화와 "네트워크 조직"

그동안 우리 기업들은 미국식 경영기법을 따라 기업에게 불확실성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는 기능들은 그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한 한 기업내부로 흡수하였다. 이러한 조직의 기업내부화는 수직적 통합을 심화시켰고 결과적으로 우리 기업 조직의 대규모화를 초래하게 되었다.

그뿐 아니라 새로운 사업에 대한 재무자원의 원활한 투자를 위해 수평적 다각화까지 기업내부화함으로써 조직의 대규모화와 계층구조화를 더욱더 부채질하게 되었다. 이러한 대규모 조직은 과거와 같이 성숙기 산업에서는 어느 정도 이점을 가지고 있기도 하였지만 무한경쟁체제에서 급변하는 기술과 시장환경에 신속히 적응하는 데에는 심각한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이제 우리 기업들도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대규모 군대식 관료체제를 소규모 팀조직으로 바꾸어 나가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조직의 다운사이징이 필연적으로 따라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의 내부통합적 조직을 네트워크 조직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것이다.

네트워크 조직이란 복잡한 경제환경에서 기업이 자원배분의 정태적, 동태적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수직적 관계뿐만 아니라 수평적, 공간적으로 공식조직의 경계를 뛰어넘어 타 조직과 여러 가지 형태의 통합적 관계를 유지하는 조직을 말한다. 즉, 네트워크 조직이란 기업에게 필요한 모든 수평적, 수직적 기능을 기업 내부로 흡수하지 아니하고 외부기업과의 효과적 네트워크 관계를 통하여 더 효율적으로 풀어가는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최근 일본 기업들의 국제경쟁력의 원천이 상당 부분 중심조직이 되는 생산업체와 하청업체 및 유통업체간에 구축한 긴밀하고도 효과적인 네트워크 관계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바로 이러한 네트워크를 통하여 중소기업의 기술혁신이 중심기업이 만드는 조립품의 국제경쟁력을 신장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일본자동차산업에서의 저스트 인 타임(Just-in-Time)체제와 계속적인 기술혁신같은 경우가 그 좋은 예이다. 그밖에도 일본전자산업에 있어서의 네트워크 조직도 전체 생산시스템을 합리화하고 여러기업의 기술혁신력을 중심기업의 최종제품으로 연결시켜 국제경쟁력을 제고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네트워크 조직이 특히 일본에서 성공하고 있는 것은 일본사회가 가진 집단주의적 문화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일본보다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훨씬 강한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네트워크 조직을 만든다는 것은 그리 쉬운일이 아니다. 집단주의적인 성향은 주로 종적인 관계에서 강하지만 횡적인 관계에서는 그것이 집단이기주의로 나타나기 때문인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하청 중소기업에 대해 공생적 관계를 유지하기 보다 대금결제의 지연 등 여러가지 불평등한 방법을 통하여 착취해 왔던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이러한 네트워크 파괴적 활동은 대기업에게 단기적 이익을 가져다 주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전체 산업구조의 기형적 발달과 구조적 취약성을 낳게 하였고 결과적으로 우리 경제 전체의 비효율을 초래하게 되었다.

외부기업과의 효과적 관계를 구축하고 유지, 관리하는 네트워크 조직은 고도의 경영기법을 전제로 하고 있다. 네트워크 조직이 효과적으로 운영되려면 기업내부 하부조직간의 정보소통, 부서간의 신속한 의사결정 및 기능조정 등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더 나아가 외부기업과의 정보소통과 의사결정 및 활동조 정도 신속하면서도 질서정연하지 않으면 안된다. 소량의 재고를 유지하면서도 네트워크 조직을 통하여 여러층의 하청기업들이 마치 기계가 빈틈없이 돌아가듯 필요한 부품을 적시에 공급하는 저스트인 타임 시스템 같은 네트워크는 한 기업이 가진 고도의 경영능력 뿐 아니라 네트워크에 연결된 모든 기업의 경영능력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자동차산업도 외견상으로 보았을 때 일본 도요다의 네트워크 조직과 거의 동일한 형태의 조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저스트인 타임 시스템이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경영능력이 뒤받침해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책관리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