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BM과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 간의 라우터 성능 우위논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IBM이 지난 10월초 발표한 내용을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가 반박한 데 이어 이를 다시 한국IBM이 공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사건의 발단은 한국IBM이 미국 톨리그룹의 장비테스트 자료를 인용, 자사의 라우터 「2216」이 시스코시스템즈의 라우터 「7507」 보다 인터넷프로토콜(IP)과 시스템네트워크아키텍처(SNA) 전송에서 2,3배 정도 앞선다고 발표하면서부터.
한국IBM은 「2216」이 「7507」 보다 성능은 뛰어나면서 가격은 절반수준이라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IBM 본사 역시 미국 전역을 순회하는 로드쇼를 개최하며 이같은 내용을 선전하기에 여념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는 이에 대해 IBM이 내놓은 테스트 자료가 객관성과 공정성을 결여했다며 반격에 나섰다. 시스코시스템즈는 본사 차원에서 장비테스트 과정과 시스템환경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 8월말 진행됐던 톨리그룹과 IBM의 장비테스트에 시스코시스템즈의 엔지니어가 참석하지 않았으며 테스트환경이 IBM에 유리하게 설정됐다는 것이다.
시스코시스템즈는 반박자료에서 워싱턴시스템센터의 자료를 인용하며 SNA 전송시 7507이 2216 보다 앞섰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는 이와 함께 지원하는 네트워크 종류와 장비의 포트밀도, 기능 면에서 7507이 2216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요지의 주장을 펼쳤다. 2216은 시스템환경 변경시 재부팅시켜야 하며 하드디스크를 사용하기 때문에 네트워크의 성능을 떨어뜨린다며 2216 깎아내리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한국IBM은 최근 이같은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의 반박에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가 내놓은 자료는 「이해할 수 없는 산술계산」이라며 다시 공박하고 나섰다.
한국IBM은 우선 라우터 논쟁의 초점을 중대형 컴퓨터(호스트)와 근거리통신망(LAN) 접속 기능에 맞춰야 하며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가 주장하는 것처럼 라우터 성능 전반에 걸쳐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한국IBM은 이를 전제로 할 때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측에서 내놓은 SNA 전송기능 관련 자료는 단순한 산술계산에 기반한 어처구니없는 결과라고 공격했다.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가 2216에 2대의 호스트를 연결했을 경우 나타난 수치를 1대로 환산할 때 과감하게 「나누기 2」 방식을 취했다는 것이다.
2대의 호스트를 연결했을 때 2216의 SNA 전송속도는 초당 15.5MB로 7507의 9.1MB를 능가한다는 것이 톨리그룹의 자료.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는 이를 1대의 호스트 접속으로 계산할 때 2216에 2개의 접속카드가 사용됐다는 점을 들어 7.75MB로 나타냈으며 자사의 7507는 1개의 접속카드가 2대의 호스트를 지원한다는 계산 아래 9.1MB 그대로 산출, 발표했다는 주장이다.
한국IBM은 이와 함께 7507이 호스트의 CPU를 상당부분 잠식, 호스트의 성능을 떨어뜨리고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가 인용한 워싱턴시스템센터 자료는 실제와 동떨어진 것이라고 반격했다.
이와 함께 한국IBM은 톨리그룹의 테스트에 시스코시스템즈 관계자가 참석했으며 시스템환경에 대한 의견도 들었다고 밝혔다.
한국IBM은 이번 발표를 끝으로 당분간 대응을 자제한다는 전략이다. 한국IBM의 이같은 행동은 IBM 본사로부터 하달된 지침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7507 흠집내기에 일단 성공했다는 자체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대응을 자제한다는 한국IBM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2216과 7507간 논쟁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이일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