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D램업계, 16MD램 고속 소형화 경쟁

D램시장 차세대 주자인 64MD램으로의 권력 승계를 목전에 둔 16MD램이 집권 말기임에도 불구하고 변신을 통한 경쟁력 제고로 집권 기간 연장을 도모하고 있다.

최근 일본 반도체업계는 때아닌 16MD램 신상품 투입 경쟁으로 매우 분주하다. PC용 메모리의 주력 D램으로 여전히 16MD램이 확고히 자리잡고 있다는 게 그 배경이다. 각 업체들의 경쟁 테마는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칩의 소형화와 높은 부가가치를 기대할 수 있는 칩의 고속화다.

일본 업계의 16MD램 소형, 고속화 움직임은 16MD램 시황 악화가 64MD램 가격 하락을 동반하고 있는 현 D램 시장 상황을 다품종화를 통한 부가가치 확보로 극복하려는 노력으로 풀이되는데, 일부 전문가들은 『16MD램 경쟁력 강화는 자칫 64MD램 행보에 장애가 돼 새로운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16MD램은 지난해부터 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해 올해까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시황악화에도 불구하고 증산을 감행한 미국과 대만업체들의 영향으로 세계 16MD램 시장은 위축될 대로 위축됐다. 그러나 이 위축된 시장환경에서도 계속 성장세를 유지한 업체가 있다.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사가 그 주인공으로 이 회사는 16MD램 시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이유있는 증산」을 계속하고 있다. 마이크론사가 흑자를 유지하면서 점유율을 늘려나갈 수 있었던 것은 이 회사의 주력 16MD램의 크기가 다른 업체 제품보다 작기 때문이다.

칩의 크기는 1장의 웨이퍼에서 얻을 수 있는 수량과 직결돼 가격 경쟁력을 좌우한다. 마이크론사는 칩 소형화 전략이 성공을 거두고 있는 데 힘입어 최근에는 기존 제품의 3분의 2 수준인 43㎟ 크기의 제품도 개발해 놓고 있다.

일본 반도체업계의 16MD램 칩 소형화 바람은 이같은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움직임에 자극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기존 제품보다 작은 16MD램 생산을 추진하고 있는 업체는 후지쯔와 NEC. 후지쯔는 지난 10월부터 칩사이즈 47.74㎟ 싱크로너스형 16MD램의 샘플 출하를 시작했다. 이 제품은 미세가공기술을 0.36미크론에서 0.32미크론으로 미세화함과 동시에 설계를 최적화한 것으로, 마이크론사가 올해 주력했던 50㎟ 제품보다도 작아 샘플 출하단계 제품 가운데서는 세계 최소형이다. 그러나 마이크론사도 이미 개발한 43㎟ 제품을 곧 샘플 출하할 계획이어서 또 다시 마이크론사 제품이 세계 최소형이 될 것으로 보인다.

NEC도 10월부터 패키지화하지 않은 D램 그 자체 크기만으로는 세계 최소형인 싱크로너스형 16MD램을 샘플 출하하고 있다. 이 제품은 0.38미크론 미세가공기술을 이용해 칩 사이즈를 31㎟로 축소한 것으로 CSP(칩사이즈 패키지)형으로 출하되고 있다. 패키지화된 제품을 모듈화해 PC에 탑재하는 기존 D램과 달리 NEC의 신제품은 패키지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직접 기판에 끼워 넣기 때문에 소형화가 필요한 휴대형 기기 생산에 매우 적합하다.

NEC는 이 제품을 D램 분야의 새로운 부가가치 제품으로 선정해 놓고 있다. NEC는 이 제품을 패키지화해 마이크론사 등에 대항할 수도 있으나, 첨단가공라인의 생산능력이 현재로서는 여유가 없어 64MD램의 생산량을 줄이면서까지 이를 추진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부가가치 확보를 위한 고속화 경쟁도 매우 치열하다. 고속 D램 개발에 불을 댕긴 것은 미 인텔. 인텔은 최근 마이크로프로세서(MPU)와 메모리를 결합하는 버스의 속도를 내년에는 현재의 66㎒급보다 2배 정도 빠른 1백㎒급 이상으로 고속화한다고 표명했다. 일본 반도체업계의 D램 고속화 경쟁은 이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NEC, 후지쯔, 히타치제작소, 도시바, 미쓰비시전기 등 주요 5사 모두 가세하고 있다. 후지쯔는 현재 샘플 출하하고 있는 소형 제품의 속도를 1백㎒급으로 높이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고 히타치제작소도 비슷한 속도 제품의 샘플 출하를 시작했다. 현재 주요 5사의 16MD램 월 생산량은 총 1천6백만개로 이 가운데 56%가 싱크로너스형과 램버스형인 고속 제품이다. 내년 3월에는 이 비율이 72%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 주요 업체들은 16MD램의 소형화와 고속화가 상당히 높은 기술력을 요하기 때문에 대만 반도체업체 등 신규 참여 세력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과연 예상하고 있는 만큼의 이익 창출이 가능할 것인가는 의문으로 남는다.

소형 16MD램의 경우 이미 마이크론사가 일정부분 주도권을 쥐고 있을 뿐 아니라 64MD램으로의 세대 교체가 임박해 있어 이익을 남길 시간이 별로 없다. 또 고속 16MD램의 경우는 첨단 기술들을 활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16MD램 시장 침체로 제품 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실제로 일본 업체들은 고속형 제품의 샘플 출하 가격을 1개당 8백∼1천2백엔 수준으로 책정해 놓고 있는데, 이 가격은 소폭의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일본 반도체업계 일각에서는 「차라리 64MD램으로의 전환에 전념하는 편이 실질적으로 이익을 남기는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본 반도체업체들은 이같은 딜레마를 안고 있으면서도 16MD램 소형, 고속화 경쟁에 빠르게 뛰어들고 있어 자칫 64MD램 시장 형성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심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