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6kbps 모뎀" 시대의 과제

컴퓨터를 통해 정보를 전송하는 모뎀의 고속화가 급진전되고 있는 가운데 초당 5만6천 비트를 전송할 수 있는 56kbps 모뎀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됐다. 이에 따라 신규시장 확대를 위한 업계의 대책마련이 시급히 요청되고 있다.

세계적인 온라인 통신업체인 미국의 AOL이 지난 2월 56kbps 모뎀을 통한 인터넷서비스를 시범개시한 데 이어 이달 초 미국의 대규모 통신업체인 AT&T와 GTE가 56kbps 모뎀 서비스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AT&T는 27개의 인터넷 접속점을 두고 미국내 11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GTE 또한 계열사인 GTE 인터네트워킹을 통해 미국 전역에서 56kbps 서비스에 나서기로 했다.

이와 함께 미국 버지니아주 소재 시장조사업체인 PC데이터사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9월 미국 전역에서 판매된 모뎀 가운데 56kbps 모뎀이 매출 면에서 전체의 46%를 차지해 44.9%를 차지한 33.6kbps 모뎀을 사상 처음으로 앞질렀다. 56kbps 모뎀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것이다.

56kbps 모뎀은 기존의 28.8kbps 모뎀에 비해 이론상 2배 빠른 전송속도를 갖추고 있어 PC를 통해 다양한 영상 및 동영상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꿈의 통신」 제품으로까지 일컬어지고 있다.

그러나 56kbps 모뎀시대가 정착되기 전까지는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많다.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역시 표준화이다. 현재 스리콤과 록웰 양 진영이 치열한 표준전쟁을 벌이고 있어 이들 제품을 사다 서비스에 들어가는 통신업자나 이를 활용하는 일반 PC 사용자들은 갈피를 못잡고 있는 형편이다. AT&T 또한 우선 스리콤의 「x2」기술을 채택해 서비스를 개시하고 올해 말께에는 록웰의 「K56플렉스」 기술을 보충하는 궁여지책을 내놓고 있어 표준문제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미국 내에서조차 이 지경이니 한 단계를 더 거치는 국내의 경우 혼란은 더욱 심각할 수밖에 없다. 자칫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을 면치 못할지도 모른다. 비록 가져다 쓰는 기술이라 주체적으로 문제해결에 나설 수 없는 입장은 이해되나 국내시장 선점을 위한 지나친 과당경쟁으로 표준문제가 미국보다 오히려 더 심각한 양상을 보이는 것은 것은 아닌지 벌써부터 우려된다. 업계는 확실한 기술력으로 승부를 가리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표준화 문제를 여기서 더 방치했다가는 56kbps 시대의 단명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광속시대에 언제까지 불편을 감수하고만 있을 소비자들은 없기 때문이다.

표준문제와 함께 56kbps 시장을 저해하는 요소는 「선전한 만큼의 속도가 나오지 않는다」는 소비자들의 불평이다. 왜 광고선전 문구대로 2배의 속도가 나오지 않는 것일까. 국내에서도 데이콤, 한국PC통신, 나우콤, 아이네트 등이 56kbps 시범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40kbps 이하의 속도밖에 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PC통신에서 속도는 곧 돈이요 경쟁력이다. 예상한 만큼의 속도가 나오지 않으면 소비자들의 불평은 즉시 불만과 짜증으로 전환되기 마련이다.

속도저하의 이유는 다양하다. 국내 전화망이 북미방식과 유럽방식을 혼용하고 있어 변환과정이 필요함에 따라 여기서 데이터 유실 및 선로품질 저하현상이 발생할 수 있고 또 구내 교환기를 통할 경우 두번의 변환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스리콤, 록웰 양 진영의 표준이 달라 서비스업체의 지원방식과 이용자 모뎀종류에 차이가 나는 것도 하나의 원인임은 물론이다.

그러나 사용자 입장에서는 이같은 기술적인 문제들은 하나의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56kbps는 28.8kbps에 비해 2배의 성능을 내야한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한결같은 요구다. 따라서 서비스업체들은 이같은 요구를 어떻게든 충족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교환기 성능 향상과 서비스 회선 확대에 나서야 할 것이다.

본격 개화된 56kbps 고속 모뎀이 탄탄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지나친 업체경쟁에 앞서 소비자들의 불편을 해소하는 방안을 마련함으로써 호흡이 긴 사업을 전개하려는 업체의 노력이 더욱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56kbps 모뎀사업의 실패는 자칫 정보화사회로의 발걸음을 붙잡을 수도 있다. 모뎀은 미래 정보사회를 연결해주는 수단이자 모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