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라 좋긴 좋은데...」.
주파수공용통신(TRS) 전국사업자인 한국TRS가 최근 드러내 놓고 웃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울지도 못하는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디지털 TRS장비를 공급하고 있는 모토롤러가 올해 말부터 수도권, 부산지역을 대상으로 기존의 기지국 외에 10개의 기지국을 무료로 추가설치해 주기로 함에 따라 한국TRS는 이를 고맙게 여겨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하고 있다.
현재 한국TRS는 디지털 TRS상용서비스를 위해 서울 등 수도권지역은 18개를, 부산, 경남지역권에는 11개의 기지국을 각각 설치해 놓고 상용서비스의 시동을 걸고 있다.
하지만 모토롤러측은 자체 셀설계 결과, 이같은 규모로는 만족할 만한 통화품질을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해 추가로 10개의 기지국을 무료로 설치해주겠다는 의사를 한국TRS에 통보한 것.
1개 기지국당 2억원 정도임을 감안할 때 소요비용은 20억원으로 한국TRS의 올해 디지털 TRS 총사업투자 규모 2백50억원의 10%에 육박하는 적지 않은 비용이다.
모토롤러와 기술협약을 체결한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아이덴장비의 최대 강점이 바로 휴대형 단말기로 아남텔레콤 등 경쟁사업자들보다 초기에 좋은 통화품질을 구현하기 위해 이같은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대한 한국TRS는 반응은 두갈레다. 모토롤러측의 이같은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분위기다. 어차피 들여야 할 지도 모를 비용을 모토롤러가 부담하겠다는데 한국TRS로서는 거절할 필요성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일단은 호박이 덩쿨째 굴러들어왔다는 반응이다.
특히 휴대용 TRS단말기의 출력이 0.6W임을 감안할 때 기지국이 많으면 많을수록 통화품질 등 서비스 내용이 좋아져 결과적으로 사업활성화의 지름길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잘못 받았다가 되레 코를 꿰는 것이 아니냐고 잔뜩 경계하고 있다. 전국망 서비스를 위해 내년 말까지 1백50여개 정도의 기지국을 설치해야 하는 관계로 이번 일을 기화로 추가비용이 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실제로 모토롤러측은 한국TRS가 예상하고 있는 1백50여개의 기지국 만으로는 아이덴 장비의 완벽한 통화품질을 구현할 수 없어 두배 가량인 총 3백여개의 기지국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때문에 한국TRS로서는 오히려 이번 조치가 「되로 받고 말로 주는」격이 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떨치지 않고 있다.
한국TRS의 한 관계자는 『모토롤러측의 주장대로 기지국수를 늘릴 경우 추가 투자비용만 해도 대략 3백억원대에 이를 전망』이라며 『따라서 당초 예상하고 있는 기지국만으로도 서비스구현에 차질을 주지 않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최선의 방책』이라고 밝히고 있다.
모토롤러의 기지국 10개 무료제공이 과연 한국TRS에 「보약」으로 작용할지의 여부는 초기 상용서비스의 통화품질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어서 관심이다.
<김위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