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를 선도적으로 이끌어가고 활성화해야 할 업계는 다름아닌 유통업계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유통업계는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는 전자상거래 사업추진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번 유통업체부문의 「전자상거래 현황조사」는 백화점을 중심으로 한 전국의 32개 대형 유통업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 12개 업체가 설문에 응답했다. 이들 업체의 대부분이 종업원수가 5백명에서 1천5백여명 이상이고 자본금 규모도 1백억원에서 2백억원 이상에 달하는 대형업체들이다. 또 연간 매출액도 업체당 평균 2천5백억∼3천억원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 업체는 EC에 대해 5개사(41.7%)가 비교적 소상히 알고 있으며, 개념 정도를 알고 있는 업체가 6개사(50%)로 나타나 거의 대부분의 업체가 EC에 대해 기본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이들 유통업체는 거의 절반 이상이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인터넷을 이용한다고 응답한 업체들도 대부분 인터넷을 회사 내부업무에 이용하거나 제품홍보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수준에 그치고 있었다.
이같은 현황은 이번 조사가 주로 대형 유통업체들을 중심으로 이뤄진 점을 감안할 때 국내 유통업체들의 인터넷 이용이 비교적 부진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사례이다. 즉 응답업체 전체 12개사 중 3개사만 인터넷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거나 홍보하고 있고 일부 업체 만이 EC의 기초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사실만으로도 유통업체들의 인터넷 이용 부진을 말해주고 있다. 이는 정보통신업체들의 전자상거래 추진열기와 비교해볼 때 상대적으로 매우 저조하다고 볼수 있다.
전자상거래(EC)사업이 궁극적으로 정보통신기술환경을 이용한 유통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국내 유통업체들의 전자상거래에 대한 대응은 상당히 미온적인 수준이다. 따라서 머지않은 장래에 쇼핑몰 운영중인 정보통신업체의 사이버마켓과 유통업체의 실제 상점간에 소비자 유치를 놓고 치열한 경합이 예상된다.
이처럼 유통업체들이 전자상거래 사업추진에 적극적이지 않은데는 현재의 유통구조에 기인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유통업체들이 인터넷 상거래보다 여타 원격 쇼핑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유통업체들은 전자상거래 추진에 있어 현재의 유통구조상 소비자가격 책정이 상당히 어렵다. 또 여타의 원격쇼핑에 비해 전자상거래는 상대적으로 다종다양한 상품을 취급해야 한다는 점과 결제방법 및 전자적 쇼핑몰 구축 및 운영도 어렵다. 따라서 이들 업체는 전자상거래 환경이 완전히 성숙하기 전까지는 EC사업 추진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체들의 이같은 EC사업 전략은 조사결과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EC가 활성화될 경우 EC를 통해 제품을 판매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해 「그렇게 하겠다」는 업체가 6개사로 전체 응답업체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 6개업체는 「그렇게 할 의향은 있지만 현재의 유통구조상 불가능하거나 어렵다」고 응답하고 있다.
따라서 EC의 실현을 위해서는 전자상거래에 대응한 유통구조의 개선 또는 기반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구근우기자>